C형간염 합병증 고위험군 탐지 AI 개발

■세브란스병원 김승업·이혜원 교수팀
혈소판수·황달 수치 등 활용 예측
환자 검증결과 86% 정확성 보여

만성 C형 간염 완치자 중 AI가 고위험군(파란색)과 저위험군(회색)의 5년간 간 관련 합병증 발생률 그래프. 왼쪽은 간 관련 합병증 전체, 오른쪽 그래프는 이 중 간세포암만 계산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C형 간염 환자 가운데 완치된 후에도 간암 등 간과 관련 있는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선별해 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AI를 실제 환자들에게 검증한 결과 86%에 달하는 정확도를 보였다.


5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김승업·이혜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간경변이 나타나지 않은 C형 간염 완치 환자 913명의 자료를 토대로 간 관련 합병 고위험군 선별 AI를 만들었다. 이 AI는 환자들의 혈액검사 결과 확인할 수 있는 간 탄력도, 나이, 성별, 혈소판 수, 빌리루빈(황달) 수치 등 결과를 활용해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지 여부를 예측하도록 개발됐다.




김승업(왼쪽)·이혜원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AI를 홍콩·프랑스 환자 1264명 데이터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흔히 간암으로 불리는 간세포암을 비롯해 비대상성간경변, 간이식, 사망 등 간 관련 합병증을 예측하는 정확도를 시험했다. 그 결과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높음을 의미하는 지표가 0.86을 나타냈다. AI가 보여준 예측의 정확도가 86%라는 의미다. 간세포암만 따로 확인했을 때는 정확도가 87%로 더 올라갔다.


실제로 AI가 분석 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환자의 경우 5년 안에 간 관련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3.2~6.2%를 나타냈다. 저위험군 환자들의 합병증 발생률이 0.2~0.5%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최대 30배나 높은 수치다.


C형 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전염되지 않으며 오염된 혈액이 주사침이나 침술, 문신 등을 통해 옮겨지며 감염된다. 예방 백신은 없지만 항바이러스성 치료제로 완치될 수 있다. 다만 C형 간염은 만성화하면 지속적인 간 손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자칫 간경변, 간암 등 중증 간질환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환자들이 완치 후 간경변이 나타나지 않으면 간암 발생 위험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부는 간경변 없이도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고위험군의 경우 합병증 발생 여부를 관측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AI를 이용하면 완치 이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럽간학회 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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