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법 '복붙'해 5000억 뜯은 '케이삼흥' 일당 檢 송치

'케이삼흥' 김현재 회장 등 3명 구속
다단계로 2000명 넘는 피해자 양산
17년 전 사기 수법 그대로 답습해 범행
재력가 행세해 투자자·직원 현혹하기도

지난 2022년 11월19일 전남 영암군에서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장학금 전달식을 하고 있다. 영암군청

토지보상사업에 투자하면 연 5~8%의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며 2000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5000억여 원을 편취한 기획부동산 사기업체 ‘케이삼흥’의 김현재 회장 등 2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김 회장은 17년 전에도 동일한 수법의 사기 행각을 벌여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 등 3명을 형법상 사기죄와 특정경제범죄법·유사수신행위법·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사장 등 주요 영업책 등 19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142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케이삼흥 측은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토지보상사업으로 80~250%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투자하면 원금에 투자금의 5~8% 수익금을 얹어서 지급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 피해자 총 2209명으로부터 5281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전국에 지사를 두고 투자금을 모집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피해 규모를 더욱 키웠다. 전국 경찰관서에 접수된 관련 사건만 147건에 달할 정도였다. 50억 원 이상 피해자만 8명으로 집계됐고, 한 60대 여성은 무려 83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70% 이상이 여성으로 집계됐다.


경찰 수사 결과 김 회장 일당은 전국 22건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한 건 맞으나, 모두 보상일과 보상금액을 알 수 없어 경제적 가치가 없는 ‘기획부동산 토지’였다. 편취한 투자금 대부분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했다. 전형적인 ‘폰지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투자금 일부는 법인차량 구매, 피의자 인센티브 지급 등 사적인 용도로 쓰기도 했다.


김 회장은 선량한 재력가 행세를 하며 편취액을 더욱 극대화했다. 그는 “본인 재산 1500억 원을 회사에 입금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고, 투자금을 많이 끌어오는 직원들에게는 국내외 여행을 보내주고 고향에 기부금·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각종 당근책을 제시했다.


모든 범행은 2007년에도 기획부동산 사기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김 회장이 주도했다. 김 회장은 당시 법인명은 물론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등 과거 수법을 그대로 답습해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다만 이번에는 ‘구글·애플 출신 엔지니어들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해 수익률을 극대화했다’고 기망하는 등 최신 트렌드를 가미했다”고 덧붙였다. 케이삼흥에서 재무 담당을 하며 범행을 공모한 대표 60대 남성 A씨와 부대표 40대 여성 B씨도 함께 구속됐다. B씨는 김 회장과 처제·형부지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 권유시 '원금 보장' '단기간 고수익 '등 투자자를 현혹하는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 범죄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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