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반도체 전공정 선두기업이자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업체인 HPSP(403870) 매각에 나선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PSP의 최대주주인 크레센도는 경영권을 포함한 보유 지분 40.9%의 매각을 위해 이날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매각 주관사는 UBS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PEF 보유 기간인 3~5년을 넘어 투자 7년 반 만에 추진되는 것으로 HPSP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현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4조 원 이상, 매각가는 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판 ASML’로 불리는 HPSP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고압수소어닐링(HPA)과 고압산화공정(HPO) 장비를 제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유수의 파운드리 및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HPA 장비는 반도체 소자 계면의 결함을 제거해 트랜지스터의 성능과 신뢰성을 향상 시키는데 쓰이며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기존 고온어닐링 장비는 10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의 선단공정에서 사용이 제한되는데, HPSP의 HPA 장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공정 온도에서 고압과 고농도의 수소를 활용해 어닐링을 진행해 최선단공정(2nm 이하)까지 적용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함께 2025~2026년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업사이클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반도체 장비 수주 확대가 전망된다. 반도체 수율 개선과 선단공정의 핵심인 HPA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HPSP가 주목 받는 이유다.
이미 다수의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 및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리버스 인쿼리(투자 의사를 타진하며 관심을 표명)’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제조사들의 미세화·고도화 경쟁 속에 반도체 생태계에 있는 전략적 투자자들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센도는 반도체 등 신성장 테크 섹터에 장기 투자하는 PEF다. 지난 2017년 HPSP에 투자해 시가총액 2조8115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로 키웠다. 이날 주가는 1.65% 상승한 3만3900원을 기록했다.
HPSP는 지난해 매출 1791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96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크레센도가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해인 2018년 매출 24억 원 보다 76배 성장한 성과이다. HPSP는 2019년 EBITDA 흑자 전환 후 2023년 기준 50% 이상의 마진율을 기록함과 동시에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는 등 괄목할만한 이익 창출력을 가진 우량기업으로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달리고 있다. 2022년에도 매출 1593억 원과 당기순이익 660억 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대비 74%, 87%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HPSP는 최근 예스티(YEST)가 청구한 특허 무효심판과 세 건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번 특허심판원의 심결로 HPSP는 ‘반도체 기판 처리용 챔버 개폐장치’ 지적 재산권을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발판을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