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쇼 한명도 없었다"… 50년 만에 공개된 은행나무숲

에버랜드,은행나무 3만 그루 심어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가꿔
매화 축제와 달리 2030세대 이용 多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은행나무숲에서 에버랜드 직원들이 은행잎을 구경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비밀의 은행나무숲을 신청한 고객의 대부분이 2030세대였습니다. 노쇼(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음)도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정문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트래킹 코스에 접어들자 인도 양옆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짧은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황금빛 세상이 펼쳐졌다. 노란 은행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땅에는 노란 은행잎들로 가득했다. 깊은 산에 올라야 볼법한 풍경을 서울 근교에서 볼 수 있는 셈이다. 바로 50년 넘게 베일에 싸여 있다가 올해 처음 일반에 공개한 에버랜드의 ‘비밀의 은행나무숲’이다.


이 숲은 경기도 신원리 향수산 일대 14.5만㎥(4.4만 평) 부지에 위치해 있다. 숲에 심어진 은행나무만 약 3만 그루에 달한다. 숲은 에버랜드가 1970년대 산림 녹화를 위해 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밤나무, 살구나무 등 경제에 도움이 되는 나무들이 심어졌다. 은행나무는 그 나무들 사이사이에 심었다. 그러다가 이 나무 중에 은행나무만 혹한의 강추위를 뚫고 살아남으면서 은행나무숲을 이루게 된 것이다.


에버랜드는 이 공간을 기업 및 단체 행사 등 제한적으로 활용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단 숲 산책 프로그램은 지난달 25일부터 11월 10일까지 매주 금토일, 총 9일 동안 하루 3회씩 진행했다. 인원도 1회당 최대 30명을 제한했다. 50년 간 보존해온 숲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에버랜드 측은 “매화 축제 때는 4060세대 이용자가 많았는데 이번 은행나무숲 산책 프로그램에는 2030세대 여성 이용자가 많았다”며 “참가자 모집도 2분 만에 마감됐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은행나무숲에서 에버랜드 직원들이 은행잎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버랜드

이번 프로그램은 ‘꽃바람 이박사’로 유명한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동행하며 해설하는 게 특징이다. 이용객들은 식물 전문가인 이 그룹장의 해설을 통해 은행나무와 숲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이 그룹장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전 세계 한 가지 종만 있는 희귀한 식물이다. 생물이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생존하기 위해 종의 다양성을 넓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에서는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은행나무는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다. 은행 열매의 냄새 때문에 다람쥐, 새 등이 열매를 먹지 않아 종자가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객들은 이 같은 설명을 들으며 은행나무 해먹에 누워 숲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의 은행나무숲에서 에버랜드 직원들이 요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버랜드

현재까지 은행나무숲길을 다녀간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군락을 이루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은행나무들 참 멋졌다. 꼭 한번 봐야 할 명소가 될 듯’, ‘말 그대로 자연 그 자체를 실컷 보다 올 수 있는 곳’, ‘프라이빗하게 숲 속에서 쉬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에버랜드는 이 같은 고객 반응을 분석해 내년에는 에버랜드의 정원만 체험하는 전용 티켓인 연간 가든 패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하늘정원길(매화), 장미원, 은행나무숲 등을 이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에버랜드 측은 “국내 여가문화와 인구구조의 변화 트렌드 속에서 오직 에버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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