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권자의 높은 지지 속에서 미국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던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도전은 맥없이 무산됐다. 성·인종·연령별로 지지층이 확실히 구분되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집토끼’인 보수·남성층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던 것에 반해 해리스와 민주당의 결속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흑인과 라틴계의 이탈을 막지 못한 점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5일(현지 시간) 투표가 끝난 후 실시된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국 유권자 중 남성의 54%는 트럼프를, 여성의 54%는 해리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7개 개별 경합주의 성별 지지율은 다소 달랐다. 7개 경합주 남성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율은 평균 55.3%로 전국 평균치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지만 여성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53.5%로 오히려 낮았다. 앞서 여론조사에서는 낙태권 이슈에 힘입어 해리스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여성층까지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성별 격차는 2020년 조 바이든과 트럼프의 승부와 비슷했다.
인종별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전국 백인 유권자의 55%가 트럼프를 지지한 가운데 7개 경합주 중 2곳만 53%로 조사돼 평균치보다 낮았다. 반면 전국 흑인 유권자는 86%가 해리스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애리조나(76%), 위스콘신(78%), 네바다(82%) 등은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CNN은 “펜실베이니아의 예비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흑인 남성의 24%를 득표해 2020년 10%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꼽혔던 히스패닉계의 이탈은 특히 심했다. 히스패닉계의 민주당 지지율은 2020년 60%였지만 53%까지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히스패닉계 유권자 10명 중 7명이 경제 이슈를 문제로 삼았는데 이들은 2대1의 비율로 트럼프를 지지했다”며 “또 주요 경합주에서 해리스는 2020년 바이든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 역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트럼프 지지율이 2020년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며 “특히 히스패닉계 남성 사이에서는 54%의 지지율을 얻어 과반을 넘었다”고 짚었다.
젊은 층의 민주당 이탈도 늘었다. 30대 미만 유권자 중 해리스 지지자는 4년 전 약 60%에서 50%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