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웹툰 기업들이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화력을 북미와 일본에 집중한다. NHN(181710)이 최근 대만과 독일에서 웹툰 서비스를 종료한 가운데 카카오(035720) 계열사들도 연내 인도네시아와 유럽에서 사업을 접는다.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일본과 미국 등 돈이 되는 시장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NHN은 최근 대만에서 자사 웹툰 서비스인 ‘포켓코믹스’의 사업을 철수했다. 2014년 진출 후 7년 만이다. 이로써 NHN은 동남아 시장에서 웹툰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됐다. NHN은 지난해 7월 태국 코미코 법인을 키다리스튜디오에 매각했고, 2022년 베트남 사업도 철수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독일에서도 포켓코믹스 서비스를 종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NHN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 북미, 프랑스에서만 웹툰 서비스를 이어가게 됐다. NHN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코미코로, 북미와 유럽 등의 지역에서는 포켓코믹스로 웹툰 사업을 운영 중이다.
NHN뿐 아니라 카카오 계열사들도 최근 유럽과 동남아 지역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카카오픽코마의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앞서 유럽 법인 청산을 결정하고 9월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렸다. 동시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연내 인도네시아 웹툰 사업을 철수하고, 내년 중 대만 웹툰 사업도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네이버웹툰 역시 2022년 설립 계획을 밝힌 유럽 법인 설립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웹툰 기업들이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발을 빼는 까닭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빠르게 정리하는 대신 핵심 시장에 집중해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구 수가 1억 명이 넘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성장성을 보고 뛰어들었지만 불법 유통이 성행하고 있는 것 역시 사업 철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100여곳이 넘는 곳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이 불법으로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지역에서 고전하는데는 문화적 차이가 꼽힌다. 웹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대비 한 회차의 단가가 낮은 데다 불법 유통도 잦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반면 독일의 경우 세계 4위의 출판 규모를 자랑하지만 전통 출판 문화가 강력하게 자리잡아 웹툰·웹소설 등을 콘텐츠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과 미국은 손에 꼽히는 콘텐츠 강국인데다 경제 규모도 뒷받침되기 때문에 국내 웹툰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만화 시장 규모는 약 6937억 엔(약 6조 2987억 원)으로, 국내에 비해 3배에 달한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도 콘텐츠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며 웹툰 플랫폼을 이용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어 국내 웹툰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북미 웹툰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QY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웹툰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억 7841만 달러(약 8063억 원)에서 2030년에는 21억 3004만 달러(약 2조 9692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NHN 관계자는 “웹툰 사업에서 글로벌 차원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닦기 위해 대만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향후 일본, 북미, 프랑스 등 검증된 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일본과 북미에서 역량과 재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