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막힌 고려아연…임시주총 표 대결 가나 [시그널]

"유증 추진경위 등 일부기재 미흡"
금감원, 정정신고서 요구 '제동'
고려아연 '강행-철회' 놓고 고민
법원은 임시주총 허가 가능성 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고려아연, 두산 등 관련 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마치고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추진했던 2조500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제동이 걸렸다. 고려아연은 ‘재추진’과 ‘철회’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영풍·MBK파트너스와 최 회장 측은 법원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여부에 따라 연내 의결권 표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6일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앞으로 3개월 안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유상증자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지난달 3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조달 금액 2조5000억 원 중 2조3000억 원이 차입금 상환 목적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빚은 주주가 갚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고려아연이 89만원에 실시한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 중에 유상증자를 계획했고,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면서 금융 당국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앞서 금감원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과 관련해서도 2차례에 걸친 정정신고서 요구를 통해 철회시킨 바 있어 이번에도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막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 예상보다 일찍 정정신고서를 요구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고려아연은 정정 신고서 제출을 통해 유상증자를 계속 강행할지, 또는 별도 제출 없이 철회할 지를 놓고 본격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그간 고려아연은 '단순 기재 오류'라는 입장이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정정 요구 사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뒤에 투자자와 시장, 당국의 우려와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확히 내용을 파악해서 우려가 없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12월 18일 신주를 상장하려던 고려아연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상장일이 올해를 넘기면 내년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 효력이 없다. 여론마저 등을 돌리면서 최 회장의 승부수였던 기습적인 유상증자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MBK는 지난 1일 신규 이사 14인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목적으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조만간 심문 기일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법원이 신청서 제출 뒤 두 달 이내에 개최하도록 해준 점을 감안하면 12월 중에 임시 주총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지분율은 영풍·MBK와 최 회장 측이 38.47% 대 35.97%로 2.5%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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