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마당놀이에는 꾼들이 모였다.”
우리의 고전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한국식 연극 ‘마당놀이’가 원조 배우 3인방으로 불리는 윤문식·김성녀·김종엽과 창극 스타 김준수를 내세우며 관객 몰이에 나선다. 손진책 연출가는 지난 5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마당놀이 모듬전’ 간담회에서 “마당놀이는 4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의 토종 연극인 마당놀이 부활을 위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 연출가는 1981년 극단 미추에서 ‘허생전’을 올리며 마당놀이를 시작한 공연 기획자다. 관객이 참여하는 형태의 독특한 공연 방식으로 30년간 3000회 이상 이어오던 마당놀이는 국립극장이 계승하며 2014년부터 무대 공연으로 바뀌었고 2020년까지 이어졌다. 4년간 공연을 멈춘 후 다시 돌아온 마당놀이에는 손진책 연출가를 비롯해 안무가 국수호, 작곡가 박범훈과 극작가 배삼식 등 원조 멤버들이 대거 합류했다. 올해 마당놀이 모듬전에는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배우 3인방 윤문식(심봉사), 김성녀(뺑덕), 김종엽(놀보)도 함께 한다.
윤문식은 “가장 한국적으로 잘 만들어진 놀이 문화가 마당놀이”라며 “이 무대는 기존 배우의 제자들이 대거 합류한 꾼들의 잔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마당놀이를 수십 년 간 이끌어온 원조들과 최근 팬덤을 몰고 다니는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민은경·이소연·김준수·유태평양·조유아이 총출동한다는 점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손 연출을 비롯한 제작진과 배우들은 “마당놀이를 계승한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신구 세대가 함께하는 의미를 설명했다. 윤문식은 “처음 손진책 대표가 시작할 때는 연극 배우로만 구성돼 있었는데 지금은 공연이 빌드업됐다”며 “이 공연을 끝으로 그만두겠다”고 했다.
새로운 ‘마당놀이 모듬전’은 원형무대로 구현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고전 ‘심청전, 춘향전, 흥보전’을 한데 엮어 ‘모듬전’ 형식으로 보여준다. 사랑을 속삭이는 춘향과 몽룡 사이에 심봉사가 끼어들거나, 공양미 삼백석에 딸 청이를 잃은 심봉사 앞에 놀보가 나타나는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낼 것이란 기대가 크다. 우리 음악과 춤을 이끌어 온 안무가 국수호는 “사방이 탁 트인 마당놀이는 무대 자체는 사방에서 보게 되지만 안무는 한 면만 보고 있는 관객들을 감안해 짜야 한다”며 “마당놀이를 통해 제 춤이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연은 29일부터 1월 3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