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NOW] 오영국 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핵융합도 민간 주도…美·英처럼 '뉴 퓨전'시대 준비해야”

핵융합 소형화땐 상용화 빨라져
자석 신소재 등 연구 개발 필요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졌습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이상 정부가 아닌 민간이 핵융합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뉴 퓨전’ 전략이 필요합니다.”


오영국(사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최근 대전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민관 합작으로 200~300㎿(메가와트) 규모의 소형 핵융합로를 지어 토종 핵융합 기업 성장의 마중물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스페이스X 같은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처럼 핵융합도 민간 주도로 기술을 혁신하는 뉴 퓨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이 지난달 29일 대전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그는 “지난 5년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근무하면서 주요 국가의 핵융합 기술 개발 트렌드 변화를 목격했다”며 “기술 고도화에서 조기 상용화로 화두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2050년 탄소 중립 목표가 생기면서 핵융합 역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상용화 요구 시점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당초 2030년대 ITER 운영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먼저 검증하고 각국에 발전소를 지으려던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유력한 대안은 기존 500㎿급의 절반 규모인 소형 핵융합로다. 원자력의 주류 기술이 대형 원전에서 소형모듈원전(SMR)으로 넘어갔듯 핵융합도 소형화하면 상용화가 빨라질 뿐 아니라 아직 기술력이 부족한 민간이 참여해 산업 생태계도 키우고 기술 혁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원장은 “영국은 이미 ‘스텝(STEP)’이라는 핵융합로를 개발 중이며 미국은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CFS)와 헬리온 등 관련 스타트업 40여 개가 등장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빅테크와 협력하면서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이 지난달 29일 대전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KSTAR은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 환경을 세계 최장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연속 운전 장치다. 오 원장은 “민간 개방을 포함해 KSTAR을 산업 육성을 위해 활용할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민관 논의 창구인 ‘핵융합혁신연합’과 정책 연구를 전담할 싱크탱크 ‘핵융합정책센터’도 조만간 출범한다”고 말했다.


신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도 추진된다. 오 원장은 “핵융합로를 소형화하려면 자기장도 더 밀집돼야 한다”며 “고온 초전도체 같은 자석 신소재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개최한 ‘세계핵융합에너지그룹 창립 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해외 핵융합 당국들과 ITER의 민간 개방 등을 논의해나갈 방침”이라며 “연구개발(R&D)을 넘어 민간 육성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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