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잠꼬대에 화나 둔기로 ‘퍽퍽’…살인미수 40대男 “시력 안 좋아서 실수로”

피고인 “위협만 하려다 시력 나빠 실수로 머리 때려”
檢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진술”…징역 10년 구형

제주지방법원 법정. 연합뉴스

잠자던 연인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크게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위협만 하려다가 시력이 좋지 않아 우발적으로 때리게 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6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0일 오전 5시께 제주시 소재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던 전 연인 B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이후 B씨가 병원 치료를 받고 싶다고 호소했으나 휴대전화를 뺏은 뒤 3시간가량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B씨가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고 119에 허위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의료진에게 폭행 사실을 호소했고, 병원 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A씨 측 변호인은 “폭행한 것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범행 후 피고인도 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다. 결국엔 피고인이 119를 불러서 응급조치를 취했다”고 항변했다.


A씨는 이날 피해자를 둔기로 폭행한 이유에 “(피해자가)잠을 자면서 잠꼬대를 했는데 위협만 하려다 이성을 잃었다”고 답했다.


이어 “왜 머리를 때렸나”는 재판부의 질문에 “어깨를 때리려다 시력이 안 좋아서 머리를 때리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고인(A씨)은 잠을 자며 무방비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머리에 둔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범행이 매우 불량하다. 범행 후 정황에 비춰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눈이 잘 안보여서 실수로 때렸다는 진술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피해자가 ‘살려달라’ 소리쳤음에도 3시간 가까이 119에 신고하지 않은 점,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이달 28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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