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율 1% 중반대”…정부소비 증가 탓

민간소비 성장률, 최근 6개분기 평균 1%
“잠재성장률 하락하고 정부소비 늘어난 탓”

정규철(오른쪽)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과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이 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KDI 현안분석 ‘중장기 민간 소비 증가세 둔화의 요인과 시사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민간소비의 증가 속도가 1% 중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총 소비의 성장세가 약화된 상황 속에서 정부소비가 크게 늘면서 민간소비 성장세가 구조적으로 제약된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KDI 현안분석,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의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민간소비 증가율은 2.8%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이후 2023년 2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최근 6개 분기에는 평균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KDI는 단순히 경기가 부진한 것이 아니라 민간소비 증가율 자체가 구조적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이 문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1년 5%대 중반이었지만 최근 2%대로 내려앉았다. 2025년~2030년 사이에는 1%대 중후반이 될 전망이다.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만큼 중장기적인 민간소비 증가율도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DI는 정부소비 비중이 늘어난 것도 민간소비 제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KDI 동향총괄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명목 총 소비 비중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며 “총 소비는 정부소비와 민간소비로 구성되기 때문에 정부소비 비중이 늘어나면 민간소비 비중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날 것 같지만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민간 소비가 위축돼 총 소비 규모는 유지된다는 논리다. 김 연구원은 “예를 들어 2000년 대비 2022년 정부 소비가 늘어난 데는 보건 부문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며 “이를 위해 개인들의 건강보험료 지출이 늘었을 텐데 그만큼 민간소비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역조건이 장기간 하락한 것도 민간소비를 끌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품 가격 상승률에 비해 수입품 가격 상승률이 높아 실질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취지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23년 사이 수출 가격은 연평균 0.6% 상승한 데 비해 수입 가격은 연평균 1.9% 올랐다.


KDI는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장기적인 민간소비 증가율이 1%대 중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 측면에서 구조적 저성장 추세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 전망에서 단기적 흐름과 중장기적 흐름은 다르다”며 “민간소비가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려면 그 기준이 있어야 할 텐데 최근 들어 민간소비의 기준점은 1% 중반이 됐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가 하락하고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민간 소비 증가율이 1%대 후반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DI는 민간소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 역동성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충하면서 교육과 연구개발을 통해 자원배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소비의 확대로 민간소비 여력이 제약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소비의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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