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사업 집중"…김범석, 해외리테일 공략 속도

■쿠팡 주식 첫 대량처분
창업 14년만에 수익실현 나서
"납세 목적" 최대주주는 유지
파페치, 실적 개선에도 주력
뉴욕증시서 주가 10%대 폭락


상장 후 첫 대규모 주식 처분으로 약 5000억 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쿠팡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리테일 시장 장악에 나서며 새로운 성공 신화에 또 한 번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유통 업계 및 쿠팡에 따르면 김 의장은 국내 유통 사업은 한국 임직원들에게 맡겨두고 새로 진출한 대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쿠팡은 김 의장의 진두지휘 아래 올해 4월 기준 대만에 3600억 원을 신규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쿠팡을 통해 한국 소비재 중소기업들의 상품을 대만에 판매하면서 국내에 머물던 한국 유통을 수출 사업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장은 앞서 5일(현지 시간) 진행한 쿠팡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거대한 커머스 시장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며 “우리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열 여섯 살이던 1994년 당시 현대건설 직원이던 부친의 해외 발령으로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이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국내로 들어와 2010년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한 것이 바로 지금의 쿠팡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소셜커머스 시장이 막 성장하던 당시 쿠팡은 할인된 가격의 다양한 쿠폰을 대량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일반 상품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김 의장은 e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혜성으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김 의장의 쿠팡 성공 신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전폭적인 지원을 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e커머스는 본질적으로 사업 초기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지금까지 쿠팡에 무려 34억 달러(4조 7637억 원)를 투자했다. 쿠팡은 이 자금으로 국내 30개 지역에 약 100개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로켓배송’이라는 압도적인 사업 경쟁력을 구축하게 된다. 실제 쿠팡이 지난 10년간 집행한 투자액만 6조 2000억 원에 달한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021년 미국 상장 당시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쿠팡

이렇게 존재감을 키운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것은 2021년이다. 당시 김 의장은 클래스A 보통주의 29배에 달하는 차등의결권을 가진 클래스B 주식 1억 7480만 2990주를 받았다.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클래스B 주식을 클래스A 주식으로 전환한 뒤 1500만 주를 매각하고 200만 주는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올해 초 추산한 김 의장의 보유 자산은 4조 4889억 원(32억 달러)으로 현금화하지 않은 자산은 훨씬 더 많다. 특히 매출이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데도 적자를 모면하지 못하던 쿠팡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지금까지 순조롭게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김 의장의 경영 수완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첫 지분 매각으로 5000억 원의 ‘잭팟’을 터뜨린 김 의장이 그리는 쿠팡의 미래에는 지난해 말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도 담겨 있다. 당시 적자 기업에 무리하게 투자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 결과 파페치의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손실액을 27억 원으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2분기 424억 원 손실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 파페치에 더해 쿠팡은 최근 국내 유통시장에 럭셔리 플랫폼 ‘R.LUX’ 론칭 소식도 알리면서 프리미엄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한편 6일(현지 시간) 김 의장의 지분 매각 소식에 쿠팡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10.8% 폭락했다. 통상적으로 의장의 대규모 주식 처분은 증권가에서 부정적인 소식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날 쿠팡 주가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발표된 3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10조 6900억 원(78억 6600만 달러)의 사상 최대 분기 매출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영업이익 1481억 원)이 다소 둔화된 것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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