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며 장기 국고채 금리가 치솟자 국고채 10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3000억 원이 넘는 투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6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정과 더불어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장악할 것으로 보여 투자 자금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SEF 국고채 10년’ ‘KODEX 국고채10년 액티브’ 등 국내 10년 만기 국고채에 투자하는 ETF 6종(레버리지 상품 제외)에서 지난 한 달 새 총 3360억 원의 투자 자금이 순유출됐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단행으로 금리 인하 주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자 국고채 ETF에 투자 자금이 몰렸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양새다. 국채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수익률 부진과 더불어 전망도 좋지 않자 투자자들이 떠나는 모양새다. 국고채 10년물 ETF 6종의 지난 한 달 평균 수익률은 0.35%로 1%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향후 자금 순유출 속도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레드웨이브’ 현실화로 트럼프의 정책 이행 속도가 빨라진다면 지금보다 국고채 금리가 더 치솟을 수 있다고 짚었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를 부과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고채 금리를 선행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에 4.4770%까지 뛰며 최근 3개월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대규모 감세 정책 역시 재정지출 확대를 조장해 국채 발행 물량 증가에 따른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관세 부과 정책 현실화로 물가가 뛰면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무역 분쟁에 따른 관세 인상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1%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