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에서 27명이 탑승한 어선이 침몰해 12명이 실종되고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4년간 3700~3800척을 유지하던 선박 사고가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경제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선박 사고는 총 4068척으로, 2022년 3779척 대비 7.6%가량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2519척의 선박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선박 사고는 3778척에서 3882척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5명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한 어선 사고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3월 경남 통영해역에서 옥돔 조업 어선 ‘제2해신호’가 전복돼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바 있다. 5명 이상 인명피해 어선 사고는 2022년 0건, 지난해 1건이었다.
선종별로는 어선이 지난 5년간 9727척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어선 사고도 증가 추세다. 지난 2022년에는 1775척의 어선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2114척으로 19%가량 늘었다. 올해도 1738척의 어선에서 사고가 발생해 총 51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낚시 어선으로 범위를 좁혀도 올해 10월까지 335척에서 사고가 발생해 지난해에 기록한 316척을 이미 넘어섰다.
사고 원인으로는 ‘정비 불량’이 전체의 38%(7393척)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운항부주의 6360척(33%), 관리소홀이 2022척(10%)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작은 사고나 위기 신호를 포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심하는 순간 큰 인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특히나 날씨가 맑은 날에는 파고가 높지 않다보니까 선원들이 더욱 방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지속적인 안전 점검과 감독관 파견으로 사전에 경고 조치도 내려야한다”며 “바다는 불규칙성이 매우 커서 잠시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그 틈으로 사고가 터지기 때문에 맑은 날씨더라도 오히려 중요해야한다는 점을 안내하는 알림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8일 오전 4시 33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129톤급 어선 금성호가 침몰해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13명은 생존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금성호 선체는 완전 침몰했다.
정부는 사고 접수 1시간 가량이 지난 이날 오전 5시 46분께 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행정안전부도 모든 가용 장비 및 인력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으며, 제주시는 현장상황실을 마련해 생존자 치료 및 실종자 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해경은 함정과 항공기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금성호가 소속된 대형선망수협은 본선에서 어획물을 운반선으로 옮겨 싣는 작업을 하던 중 선박이 갑자기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장 출신인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해수부 정책자문위원장)는 "선박 전복 사고는 복원성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면서 "옆으로 흔들리거나 기울어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복원성인데, 밑바닥 무게가 충분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선에서 어획물을 옮겨 담는 작업을 하던 중에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