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 공장들의 라인들이 순차적으로 멈추면서 협력사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해 회사 전체 영업이익에 2배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32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협력사들은 “노조는 성과급 문제지만, 협력사들에게는 생계의 문제”라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전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주택가 시위를 강행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한남동 주택가까지 나와서 한 시위는 지난달 26일부터 세 번째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1000여 명이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가로막고 집회를 열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지난해 매출액 약 11조 7000억 원의 2%(약 2340억 원)다.지난해 영업이익(1169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사측이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아랑곳 않고 주택과 도심으로 나서 시위를 강행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현대차·기아의 공장까지 멈추고 있다. 쏘나타와 그랜저 등을 제조하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일부 생산 라인이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현대차 울산1공장과 기아 광주1·2공장, 트라닉스 지곡공장, 현대차 아산공장까지 5곳의 생산 라인이 멈춰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납품을 못한 협력사들은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며 파업 중단을 읍소하고 나섰다. 지난 6일 현대트랜시스에 자재와 부품을 납품하는 충남 서산 소재 1~3차 중소 협력사 임직원 300여 명은 서산시청 1호 광장과 중앙호수공원 등에서 “장기 납품 중단으로 생사 기로에 놓였다”며 생산 정상화를 촉구했다.
협력사 임직원들은 주변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파업을 즉각 중단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호소문을 배포했다. 현대트랜시스의 장기파업으로 협력업체 생사는 물론 서산시의 경제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대표는 “납품 중단이 시작되면 협력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를 구하기 위해 자금으로 확보하러 다녀야 한다"며 "이는 성과급이 아니라 직원들의 월급과 (공장) 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금을 확보해도 높은 이자로 인한 경영손실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몫”이라며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협력업체의 한 직원도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성과급 문제지만 협력사들에게는 생계의 문제”라며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한 집안의 가장, 아들, 딸인 직원들을 생각해서 파업을 조속히 멈추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