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인에게 대통령실 이전에도 관여했다고 말하는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명 씨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민망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50초 분량의 통화 녹음 파일과 녹취록에는 명 씨가 지인과 나눈 통화에서 “내가 뭐라 하데.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죽는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인이 ‘당선인이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을) 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묻자, 명 씨가 자신의 조언으로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안 들어가고 대통령실 이전을 결정했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명 씨는 이어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라며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사무실이)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가 딱 잘 보이데”라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해당 통화가 대선 직후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같은 해 3월 20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이 사주의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의 대화도 공개됐다. 명 씨는 같은 통화에서 “(김 여사)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는 안 들어왔는데 (대선이) 3월 9일이라서 당선된다 그랬다”면서 “(김 여사가) ‘왜 그렇냐’고 해서 꽃이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 당선되고, 꽃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김 여사를 일컬어 ‘눈 좋은 앉은뱅이’라고 표현한 부분도 재차 확인됐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실제로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실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마치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며 “녹취에 나온 발언대로면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명 씨의 조언을 김 여사가 완벽하게 신뢰했고 이 때문에 대통령실 이전을 서둘렀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경남 창원지검에 출석한 명 씨는 과거와 달리 수척해진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명 씨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수사 인원도 추가가 되고 계좌 추적팀도 왔다고 한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이 사건은 금방 해결이 된다. 단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 씨는 약 8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취재진을 향해 자신의 비리를 고발한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가 쌓은 거짓의 산들이 앞으로 하나씩 조사를 받으며 무너질 것이라며 결백함을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