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트럼프 직접 무역수지 들여다봐…美 에너지 수입 확대도 방안"[트럼프 2.0시대]

[역대 통상본부장 인터뷰]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통상압력 일방 조치 언제든 가능
협상 서둘러 불확실성 덜어내야
각개격파 딜 대비 협상팀 정비를

유명희

“(기업 입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미국과 지속하는 게 예측 가능성과 불확실성 제거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차라리 협상에 빨리 응해서 빨리 하는 게 낫다고 봤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한미 FTA 재협상을 총괄했던 유명희(사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은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수지를 직접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상당히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때마다 무역수지 적자로 양자 관계가 정말 동등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무역수지를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는 게 유 전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에너지를 어차피 다른 국가에서 수입해야 될 거라면 미국에서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실제 그걸 검토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런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정부는 무역 상대국들에 수지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한국 정부가 미국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늘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새로 들어설 트럼프 2기 정부가 원하면 무역 협상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전 본부장은 “우리가 현안 관리만 잘하면 한미 FTA 재개정까지는 이제 안 갈 수 있다”면서도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한미 FTA에 위반되는 또 다른 일방적 조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재협상도 트럼프의 의사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유 전 본부장은 “(2017년 당시) 미국이 멕시코와 중국 등 여러 가지 무역 전쟁을 하면서 전선은 되게 넓은데 아무 것도 이룬 건 없었다”며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 신속하게 타결해 최초의 승리를 트럼프에게 줌으로써 한국이 명분을 제공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이해 지연 작전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팀을 재정비해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정부는 상대방에게 조치부터 부과하고 대응할 시간을 안 준다”며 “1~2달 내 나라별로 각개격파를 하는 식으로 딜을 하는 만큼 적절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