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투자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공급으로 사업 전략 수정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뿐만 아니라 항공기와 우주발사체 등 미국산 구매 목록을 정리해두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마지막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사진) 옛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 내내) 굉장히 늘어난 무역수지 흑자 폭 조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우리가 덜 팔겠다고 하기보다는 더 사준다는 방향이 나은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농산물에 경쟁력이 있지만 농산물은 국내적으로 아주 예민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손을 대야 하는 문제”라며 에너지와 항공기·우주발사체 등의 추가 도입을 검토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비행기 같은 것은 아직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못 만든다”며 “우주 시대를 맞아 로켓 개발을 해야 하는데 과거처럼 러시아와 기술을 주고받을 상황이 아니니 우리도 필요하고 미국이 경쟁력이 있으면서 미국 쪽에 장사가 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언급한 조선은 물론 원전도 한미 양국 간 협력 여지가 큰 산업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미국이 원전에 관한 여러 가지 원천 기술 내지 특허를 갖고 있다”며 “특히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는데 (국내외에서 다수의 원전을 건설·운영한 경험이 있는) 우리도 여기에 빨리 참여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트럼프 2기 정부를 미국 우선주의와 친기업주의가 만난 ‘미국 기업 우선주의’라고 규정했다. 연장선상에서 조 바이든 정부 때 만들어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에 대해 전면 폐지보다는 미국 기업이 보조금을 더 많이 받도록 수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전 본부장은 “트럼프가 바이든의 정책을 가만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줬던 보조금을 토해내라고까지는 못 하겠지만 (향후) 외국 기업에 가는 보조금을 상당 부분 축소하거나 현지화율을 더 높이라고 요구할 수는 있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생산에 투입되는 미국의 인력도 더 넣어라. 미국인 고용 비중을 늘려 달라고 할 수 있다”며 “(대선 공신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 크게 손해가 안 가는 식으로 전기차 보조금 형태를 고치는 꼼수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반도체의 경우 “미국 혼자서는 (제조 역량이) 안 되고 한국 등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상당한 정도의 협상의 여지가 생길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