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팀스터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주요 운송 수단은 마차였다. 물자와 인력을 수송하기 위해 여러 마리의 말을 마구(馬具)로 연결해 수레를 끌게 했다. 여러 마리의 말을 한 팀(team)으로 묶어 모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팀스터(teamster)’라는 직업이 등장했다. 산업혁명 시기에 내륙 운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팀스터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대의 마차’라고 할 수 있는 트럭을 모는 운전사들을 팀스터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유래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트럭 운전사들이 결성한 노조인 ‘국제팀스터협회’를 줄여 ‘더 팀스터스’라고도 부른다.


운송 노조의 조직력과 영향력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강하다. 미국의 팀스터들도 마찬가지다. 약 130만 명이 속해 있는 팀스터 노조의 조합원 규모는 전미교사노조, 주정부 및 지방정부노조, 전미서비스노조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 팀스터의 지지를 얻는 것은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결정적인 힘이 된다. 2008년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팀스터의 지지를 발판으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뒤 본선에서 승리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1992년부터 매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던 팀스터가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중립을 선언했다. 노조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60%가량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집토끼’였던 거대 노조의 이탈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큰 타격이었다.


팀스터가 민주당을 저버린 것은 결국 경제난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팀스터의 중립 선언에 대해 “조 바이든 정부 기간에 치솟은 물가, 불법 이민자 유입 등으로 인해 노동자 계층이 등을 돌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의 해리스 지지율이 예상보다 낮은 것도 저소득층일수록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고통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바보야, 문제는 언제나 경제야’라는 얘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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