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15년 차 이대한(34)이 시즌 최종전에서 감격적인 데뷔 첫 우승을 거뒀다.
이대한은 10일 제주 서귀포의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동·남 코스(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1억 원)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쳐 장유빈과 송민혁(이상 15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0년 KPGA 투어에 입성한 이대한의 첫 우승이다. 데뷔 초기 시드를 지키지 못해 7년 동안 중국 투어 등을 전전한 그는 2019년부터는 6시즌 동안 KPGA 투어에서 줄곧 뛰었지만 한 번도 상금 랭킹 5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하며 오랜 시간 무명 생활을 감내해야 했다. 그 동안 최고 순위가 지난 6월 KPGA 선수권대회 공동 2위였던 이대한은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우승 상금 2억 2000만 원을 받은 그는 상금 랭킹 9위(4억 2433만 원)로 데뷔 이래 최고의 시즌을 마감했다.
이날 이대한의 우승은 ‘신흥 대세’ 장유빈과의 맞대결 승리로 더욱 빛났다. 장유빈과 함께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이대한은 9번 홀까지 3타를 줄인 장유빈에 3타 차까지 뒤처져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10번과 13번, 14번 홀(이상 파4)에서 1타씩을 줄이는 투지를 발휘하며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장유빈에 1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승부는 사실상 15번 홀(파4)에서 갈렸다. 두 번째 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낸 장유빈이 습지에서 볼을 무리해서 쳐내려다 1m쯤 전진하는데 그친 끝에 더블 보기를 적어낸 것. 1타 차 선두가 된 이대한은 16번과 17번 홀(이상 파4)에서 장유빈과 나란히 연속 버디를 주고 받으며 접전을 이어갔다. 뜨겁게 달아오른 대결은 18번 홀(파4)에서 장유빈이 티샷을 OB(아웃오브바운즈) 구역으로 보내면서 급작스럽게 식었다. 2타를 잃은 장유빈은 송민혁과 함께 공동 2위가 됐고, 파를 지킨 이대한은 캐디로 동반한 아버지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우승은 놓쳤지만 장유빈은 주요 부문 4관왕을 달성하며 화려한 2년 차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 대회에 앞서 제네시스 대상을 확정 지었던 장유빈은 상금(11억 2904만 원), 평균타수(69.40타) 1위와 다승 공동 1위(2승) 타이틀을 석권했다. 대상과 상금·평균타수·다승 1위를 싹쓸이한 건 1997년 최경주, 1999년 강욱순, 2007년 김경태, 2009년 배상문에 이어 역대 5번째이자 15년 만이다. 공동 2위를 차지한 송민혁은 신인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