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의 이면…'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도 봇물 [시그널]

공시의무 사라져 자금회수 유리
사실상 기존 주주 '강제 축출'에
락앤락 투자자들은 법적대응도

챗GPT로 형성한 이미지.

“공개매수가에 절대 팔지 않겠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코엔텍의 최대주주인 E&F프라이빗에쿼티(PE)와 IS동서가 공개매수 후 자발적으로 상장폐지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한 8일 주가는 공개매수가에 근접했지만 소액주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종목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장기 투자 목적으로 베팅한 투자자들이 강제로 축출되면서 나오는 문제의 한 단면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상장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 지분을 사들인 후 상장폐지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쌍용C&E(한앤컴퍼니), 락앤락(115390)(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제이시스메디탈(아키메드), 커넥트웨이브(MBK파트너스), 비즈니스온(스카이레이크) 등이 있다. 과거 PEF의 인수합병(M&A) 주 타깃이 비상장사였다면 이제는 저평가된 상장기업을 찾아 인수 후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비상장사가 되면 공시 의무가 없어지는 데다 주가 관리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 투자금 회수를 위한 대규모 배당과 감자 역시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어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편한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기존 주주가 강제로 쫓겨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여지를 살펴보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맞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락앤락 투자자들은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절차를 추진하는 어피니티에 대해 소액주주 연대를 통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규철 액트 대표는 “자진 상장폐지는 내재가치보다 저가에 축출하면 대주주가 이익이고 고가라면 소수주주들이 이익인 제로섬 게임”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개매수가의 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상장사가 합병할 때는 합병가액(1개월과 1주일의 가중산술평균 종가와 최근 종가를 3으로 나눈 수치)을 정하는 방법이 명시돼 있지만 공개매수는 그렇지 않다. 직전 1개월 또는 3개월 평균 주가에 임의로 할증률을 적용 가능해 공개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에 설정할 수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가 높을 때 샀던 주주들은 본전을 못 찾는다는 생각에 반발할 수도 있지만 주가가 최고점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PEF가 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면서 보장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에 소액주주 지분을 인수한다면 소액주주도 매각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임성철 비사이드 대표는 “이제는 PEF가 단순히 수익만 추구할 게 아니라 기업 관리 측면에서 주주 환원 가치를 중요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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