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기준 BMI 25→27 높이자는데…전문가들 ‘반대’하는 이유

■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 인터뷰
한국인 비만 진단 기준 BMI 25→27 상향 주장 수면 위로
“사망 위험 뿐 아니라 제2형 당뇨 등 합병증 위험 따져야”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 제공=가천대길병원

국내 비만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비만 진단 기준을 체질량지수(BMI) 25kg/㎡에서 27kg/㎡ 이상으로 높이자는 의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2002~2003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 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 위험 증가 폭이 커지는 구간이 달라졌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그러나 비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분석 만으로 한국인의 비만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만 자체에 의한 사망 위험만 따지기 보단, 제2형 당뇨병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의 비만 기준인 BMI 25kg/㎡ 구간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다는 사실은 선행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져 있었다"며 "단순히 사망률을 비만의 진단 기준으로 잡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BMI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기준에 따라 BMI 18.5∼22.9kg/㎡ 구간을 '정상 체중', 23∼24.9kg/㎡ 구간을 '과체중' 또는 '비만 전단계'(위험체중·과체중), 25kg/㎡ 이상을 '비만'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BMI 25kg/㎡ 구간을 비만 기준으로 특정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건강보험연구원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기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 기준을 BMI 27kg/㎡ 이상으로 조정했을 때 사망 위험도 차이는 물론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제2형 당뇨병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제공=대한비만학회·2017년 비만 팩트시트

김 부회장은 "현행 비만 진단 기준에는 제2형 당뇨병 등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큰 합병증이 생기기 전부터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리하자는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며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만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제2형 당뇨병은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인슐린이 체내에서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생긴다. 이러한 인슐린 저항성은 인종, 민족, 연령, 성별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수치가 달라지는 것도 바로 이 ‘인슐린 저항성’ 차이에 기인한다. 김 부회장은 "서구권에서 BMI 30kg/㎡에 해당하는 당뇨병 위험도를 한국인에 맞게 계산한 수치가 현행 진단 기준인 BMI 25kg/㎡였다"며 "중국이 BMI 28kg/㎡을 비만 기준으로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서양인과 BMI 수치가 같더라도 제2형 당뇨병 등 합병증 발생에 취약하므로 섣불리 비만 진단 기준을 상향할 경우 사회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대한비만학회가 지난 2017년에 발간한 비만 팩트 시트에서도 BMI 23kg/㎡ 이상부터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도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 부회장은 "이번에 제기된 주장대로 비만 진단 기준을 바꾸려면 공청회 등 전문가단체의 의견 수렴 및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단순히 BMI 수치에 근거해 비만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복부비만의 지표인 허리둘레와 동반질환 위험도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비만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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