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가 장내 매입을 통해 1.36%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이로써 의결권 기준으로는 지분율을 45.4%로 높여 이르면 연말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NH투자증권에 증거금을 전액 예치하고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자유재량(CD) 매매’ 방식으로 매수를 요청해 고려아연 지분 28만 2366주(1.36%)를 장내에서 추가 취득했다. CD 매매 방식은 투자자의 매매 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제한된 가격대에서 소량을 꾸준히 매매하는 행태를 뜻한다.
MBK는 공개매수가 종료된 후인 10월 18일 2만 주(82만 4394원)을 시작으로 총 15거래일에 걸쳐 매입했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난 뒤인 24일부터는 이달 11일까지 하루도 거른 날이 없었다. 지난달 29일에는 133만 2930원이라는 가장 높은 가격에 529주를 사기도 했다.
이로써 MBK는 주당 83만 원의 공개매수로 5.32%를 확보한 데 이어 지분율을 6.68%로 높였다. 영풍 및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33.15%까지 영풍·MBK 지분은 39.83%에 이른다. 최 회장 측은 당초 35.97%였으나 한국투자증권(0.8%)과 한국타이어 등 일부 우호군이 지분을 정리해 약 34%로 추정돼 격차는 5% 정도로 벌어지게 됐다.
MBK 관계자는 “NH투자증권 위탁 계좌에서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절차와 규정을 준수하며 장내에서 매수했다”며 “투명한 거래를 폄훼하는 일부 억측과 음해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금융감독원이 2조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면서 ‘철회’와 ‘재추진’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 안으로 이사회를 열어 결론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분 격차는 더 커지는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늘릴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풍·MBK가 법원에 요청한 임시 주총 심문 기일은 이달 27일이다. 법원이 허가하면 이르면 12월 말에 임시 주총이 열려 14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 등을 놓고 표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