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승, 18년, 67세, 에이지 슈트 23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시니어) 시즌 최종전인 찰스 슈와브컵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에서 우승한 ‘시니어 최강’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기록한 전설의 숫자들이다.
랑거는 11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CC(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3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적은 그는 스티브 알커(뉴질랜드), 리처드 그린(호주)을 1타 차로 제치고 챔피언스 통산 47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52만 8000달러(약 7억 4000만 원)다.
이번 우승으로 랑거는 50세 이상만 출전하는 PGA 투어 챔피언스에 여러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7월 시니어 US오픈에서 통산 46승째를 쌓아 헤일 어윈(미국)을 넘어 최다승 기록을 세웠던 그는 최다승 기록을 1승 더 늘렸다. 또 67세 2개월 14일의 나이로 자신이 보유한 최고령 우승 기록도 갈아 치웠고 2007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첫 승을 올린 뒤 18년 연속으로 승수를 쌓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경기 후 그는 “이번 대회가 18년 연속 우승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었는데 우승하게 돼 믿을 수 없이 기쁘다.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1957년생인 랑거는 나이를 잊은 활약을 거듭하고 있다. 2라운드(64타), 3라운드(67타), 4라운드(66타)까지 사흘 연속 에이지 슈트(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 기록)를 작성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기록한 에이지 슈트만 벌써 23번째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1번 홀(파5)부터 4연속 버디를 포함해 전반에만 6타를 줄였고 알커, 그린과 공동 선두로 맞은 18번 홀(파5)에서는 7m 넘는 버디 퍼트를 넣고 우승을 확정했다.
건강한 생활 습관과 운동 루틴이 전설의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랑거는 최근 인터뷰에서 “부상 방지와 건강 관리를 위해 평소 술과 담배는 절대 하지 않고 매일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체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디펜딩 챔피언 알커는 준우승에 만족했지만 찰스 슈와브컵 랭킹 2위에서 1위로 올라서며 보너스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받았다. 반면 이 대회 전까지 랭킹 1위였던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는 최종전 공동 13위(7언더파)에 그쳐 랭킹 2위로 밀렸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인 더 시니어 오픈을 제패한 최경주는 공동 23위(2언더파), 9월 어센션 채리티클래식 연장에서 랑거를 꺾고 첫 승을 따낸 양용은은 32위(3오버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