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칼로리 열풍에 2년째 국내 수입량이 설탕의 자리를 ‘알룰로스’가 채우고 있다. 제조사들은 설탕과 특히 유사하다는 알룰로스의 장점에 주목해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충하는 상황이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설탕의 원료인 ‘원당’의 수입량은 113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원당 수입량은 지난 2019년부터 매년 180만톤 규모를 유지하다 지난해 158만톤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당시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국제 원당 가격 탓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시세가 전년보다 14.0% 가량 안정됐음에도 2년째 감소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음료·빙과업체 대체재 주목
업계에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설탕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공식품과 음료에 대체당이 활발하게 사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설탕을 밀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식품업계는 대체당 중에서도 특히 ‘알룰로스’ 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칠성사이다·밀키스·웰치스 등 제로 음료가 알룰로스를 활용해 단 맛을 내고 있다. 올 4월 출시된 스크류바·조스바 ‘0㎉’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알룰로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대체당 중 설탕과 가장 유사한 풍미와 질감에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건포도에서 추출이 가능한 희소당이다. 칼로리가 설탕의 10% 이하로 미미하면서도 화학 구조는 캐러맬화까지 가능할 정도로 유사해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단 맛이 설탕의 약 70%에 머무른다는 점이 사카린·아스파탐·수크랄로스 같은 ‘고감미료’ 특유의 쓴맛과 거리가 멀어 각광받는 추세다.
반면 대체당 시장 초반에 각광받았던 고감미료 품목들은 단 맛이 설탕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아스파탐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며 논란을 겪기도 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단 맛은 고감미료만으로도 채울 수 있지만 안정성이나 풍미, 질감까지도 설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알룰로스의 매력도가 높다”면서 “기업간거래(B2B) 영업 시 다른 고감미료와 섞는 최적의 비율까지도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식품업계 가운데선 삼양사와 대상이 알룰로스 제조에 뛰어들었다. 삼양사는 1400억원을 투자한 울산 신공장을 지난 9월 준공했다. 알룰로스 연간 생산량을 1만3000톤으로 기존 대비 4배 늘렸다. 대상도 지난해 군산 전분당 공장에 알룰로스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올해 초 내놓은 통합 브랜드 ‘스위베로’가 기업용과 글로벌 시장을, ‘청정원’이 가정용 상품을 맡아 알룰로스 사업을 확장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감미료 수요 증가는 물론 ‘설탕세’ 도입 등 당 저감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알룰로스 생산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