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전소는 파출소·우체국처럼 주민 편의시설로 받아들일 때가 됐습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6일 광주에서 열린 ‘빅스포 2024’ 현장에서 동서울변전소 증설·옥내화를 둘러싼 하남시와 갈등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전국 수많은 빌딩에 변전소가 있을 정도로 변전설비는 우리 생활의 일부”라는 김 사장의 발언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전기화의 시대’에 곱씹어볼 만한 화두다. 실제로 변전소는 건축법 시행령상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다. 1종 근린생활시설 중에는 파출소·우체국뿐 아니라 의원, 동물병원, 휴게음식점, 제과점, 세탁소, 전기차 충전소 등도 있다. 지역 주민들의 머릿속에서는 변전소가 이들 편의시설과 달리 기피 시설로 여겨지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가정·산업 시설까지 전력을 전송하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해 ‘전력의 환승역’이라고도 불린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20~22kV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변전소에서 765kV, 345kV로 승압된다. 이후 전송된 전력은 다시 345kV 또는 154kV의 변전소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380V나 220V로 낮춰져 각 가구와 공장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필수 시설인 변전소는 지난해 12월 말 전국에 900개가 있다.
문제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변전소를 2036년까지 30% 이상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한전은 ‘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변전소를 1228개로 확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하남시 사례를 보듯 일부 주민의 반대를 명분 삼아 몽니를 부리는 지방자치단체장들 탓에 제때 확충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다.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정치권은 주민을 갈라치는 법안을 내놓으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해법은 건전한 시민 의식 개선뿐이다. 전기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누리려면 변전소 확충이 뒤따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청은 다음 달 16일 한전이 제기한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 처분 취소 행정심판에 대해 심리한다. 한전과 변전소 건설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타 지자체와 주민들도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만시지탄이겠으나 어느 때보다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