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계랭킹 100위 이내 선수 중 가장 순위가 많이 오른 주인공은 다름 아닌 ‘KLPGA 루키’ 이동은이다. 지난 주 129위에서 이번 주 93위로 36계단을 뛰었다. 개인적으로는 감격적인 생애 첫 100위 진입일 것이다. 올 초만 해도 667위에 머물렀지만 꾸준히 랭킹을 끌어 올려 마침내 ‘세계 빅100’에 들었다.
지난 10일 끝난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째를 거둔 마다솜의 빛에 가렸지만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한 이동은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최종일 이동은이 기록한 66타는 대회 첫 날 현세린의 66타와 함께 이번 대회 가장 좋은 스코어였다.
이동은은 비록 올해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2회를 포함해 톱10에 8차례나 올랐다. 신인상 포인트 2위, 대상 포인트 19위, 상금랭킹 24위 그리고 평균 타수 25위의 성적을 내면서 ‘루키의 해’를 마감했다. 컷 탈락을 9차례 하는 등 기복이 심한 모습도 보였지만 시즌 후반기로 가면서 안정감을 찾아갔다. 마지막 10개 대회만을 보면 컷 오프는 한 번 밖에 없었고 톱10 횟수가 4회나 됐다. 25위 이내도 7회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이동은의 장점은 방신실이나 윤이나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장타력이다. 올해 드라이브 거리 순위에서 1위(256.23야드) 방신실, 2위(254.98야드) 윤이나에 이어 3위(254.14야드)에 올랐다. ‘장타 빅3’로 떠오른 것이다. 올해 280야드 이상을 친 확률에서는 1위(11.61%) 방신실에 이어 2위(11.55%)에 올랐다. 윤이나가 11.40%로 3위다.
2025년 이동은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에는 장타 뿐 아니라 아이언 샷 능력을 겸비했다는 점도 있다. 올해 이동은은 그린적중률에서도 10위(75.59%)에 올랐는데, 장타와 그린적중률에서 모두 톱10에 오른 다른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장타 톱10 중 그린적중률에서도 톱10에 오른 선수는 김수지(1위), 윤이나(2위), 유현조(3위), 방신실(5위), 배소현(7위) 등이다. 이동은 역시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동은은 자신의 장점을 장타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MZ 세대 장타자다. 어렸을 때 프로골퍼인 부친에게서 골프를 배울 때 같은 팀에 있던 남자 프로 선수들을 이겨보겠다고 세게 치다 장타자가 됐다. 이동은의 부친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한 이건희 씨다. 이동은의 어머니 이선주 씨 역시 KLPGA 투어에서 선수 생활을 한 프로골퍼 출신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골프 DNA’가 이제 막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