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숱한 비판을 무릅쓰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뒤 비트코인 매입을 늘려왔는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대통령 직속 비트코인 사무소(ONBTC)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5931.76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사상 처음 8만 9000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나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값어치는 5억 2792만 6640달러에 이른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통한 엘살바도르의 미실현 수익률이 90%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2022년 11월 60%대의 손실을 보고 있던 상황과 비교하면 2년 만에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엘살바도르는 대표적인 친(親)비트코인 국가다. 엘살바도르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했고 국가 예산을 동원해 주기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이를 두고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SBR)’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 정부의 해당 정책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왔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하고 미 달러화 의존이 심한 상황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도입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가격 변동이 심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는 것은 무모한 실험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6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2022년 1만 달러 수준으로 급락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전면 재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2022년 11월 1일 1비트코인 구입 정책을 시행했고 지열 에너지 기반 비트코인 채굴, 비트코인 채권 발행,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정책을 밀고 나간 덕분에 빛을 발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독불장군’으로 치부됐던 부켈레 대통령의 리더십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엘살바도르의 금융 실험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성급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투자에 리스크가 따른다. 더구나 엘살바도르 국민들의 실생활 활용도 역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법정통화로서의 기능에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언제든지 비판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30달러씩의 비트코인을 제공했을 때 대부분은 이를 달러로 인출했다”며 “사람들은 여전히 비트코인보다는 달러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