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돌아선 국내 전기차 판매…'글로벌 질주' 속도 높인다

■올 9월까지 내수 5만4676대
중고전기차 거래량도 45%↑
'글로벌 7위' 성적 쓴 현대차
EV3 등 대중화 모델 인기에
연말 '반전 드라이브' 기대감

기아 EV3 외관. 사진 제공=기아

기아 광명 이보(EVO Plant) 외부 전경. 사진 제공=기아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고가격에 형성된 기존 전기차 대신 대중화 모델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덕이다. 전기차 경험의 허들이 낮춰진 데다 울산 신공장·이보플랜트 등 전기차 전용 공장까지 생산 준비를 마친 만큼 성장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9월까지 현대차·기아·KG모빌리티·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5만 4676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판매량(5만 3738대)을 추월한 것은 올해 처음이다.





수개월 전만 해도 국내 전기차 판매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6월 기준 누적 2만 8788대가 팔리며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3만 9416대)에 비해 1만 대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다. 수요 둔화 상황에 8월 메르세데스벤츠의 인천 청라 화재까지 겹악재가 발생하며 과잉 생산 우려까지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전한 침체로 접어들게 되면 소비자들의 전기차 경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시장의 위축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등 기회는 국내 완성차의 대중화 모델에서 시작됐다. 특히 7월 출시한 기아의 EV3는 뛰어난 상품성으로 3분기 국내 최다 판매량인 7999대를 기록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8월 출시된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도 가세하며 두 달간 3514대가 판매됐다. 높은 가격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가 주어지는 동시에 국내 전기차 인프라도 꾸준히 성장하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두 차량은 보조금 적용시 2000만~3000만 원대로 구매가 가능하다.


전기차 인기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뜨겁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인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중고 전기차 거래량은 2만 4924대로 전년(1만 7152대)보다 45.3% 상승했다. 전체 중고 승용차 거래량이 같은 기간 불과 0.5% 수준으로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차량들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해 국내 완성차 업계는 생산능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당초 20만 대 생산을 계획했던 울산 전기차 신공장의 라인을 확대 설치하며 생산능력을 25만 대까지 늘렸다. 기아는 9월부터 현대자동차 최초의 전기차 공장인 광명 이보플랜트를 구축하고 양산에 돌입했다. EV3·EV4를 핵심 차량으로 연간 15만 대의 차량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울산 디젤엔진 공장은 고품질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로 변경한다.


전기차 내수 시장이 좋은 성적표를 받으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행보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9월 누적 전기차를 41만 3000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7위를 기록했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량이 다소 부진하며 역성장을 기록, 지난달(3위)에 비해 네 계단 낮아졌다. 다만 EV3 등 대중화 모델의 글로벌 판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올해 말 성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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