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최저 수준인데…중국 공세·전기료 인상 '이중고'

■철강업계 가격인상 철회
5개월새 가장 낮은 톤당 71만원
올 수요 14년來 800만톤 밑돌듯

공장에서 생산된 철근 모습. 서울경제 DB

국내에서 유통되는 철근 가격이 하반기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철근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온 철강사들은 잇달아 인상책을 철회하고 있다.





13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7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하반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6월 말 톤당 69만 5000원까지 낮아졌던 철근 가격은 철강사들의 감산과 가격 인상책 등의 자구책이 일부 효과를 거두면서 9월 중순 81만 원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핵심 수요처인 건설 업황이 돌아서지 않는 등 전방 수요 침체가 이어지자 재차 하락세로 전환해 6월 수준까지 가격이 낮아졌다.


철근 수요가 좀처럼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못하면서 철강사들의 자구책 역시 동력을 잃고 있다. 국내 철강사는 철근가격이 원가를 밑돌자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유통업체에 전달하는 자구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현대제철(004020) 등 주요 업체는 이 같은 가격 인상책을 철회하기로 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최소한의 수요가 따라와야 자구책을 중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며 “가격 인상 이후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더 이상 가격 인상책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세를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내 철근 생산량이 4분기 들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철근 시장에는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23일 중국 내에서 생산된 철근은 총 251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간 기준 올해 최대치다.


이는 중국이 최근 연달아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중국 업계가 부동산 건설 경기 부활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철근 생산량을 늘린 탓이다. 철근 수요는 핵심 수요처인 건설 경기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추후 업황 반등을 전제한 채로 철근 생산량을 가파르게 늘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철근 수요가 이례적으로 낮은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은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철근 수요는 유례없을 정도로 적을 것으로 예상돼 700만 톤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연간 철근 수요가 800만 톤을 밑도는 것은 철근 수요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철강사들은 야간에만 조업을 하고 전기로를 특별 보수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펼치고 있지만 최근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하는 등 부정적인 업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근 원가의 절반이 전기료라 통상 전기료가 오르면 이를 철근 판매가격에 반영해왔다”면서도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시장에서 높아진 가격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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