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냉정과 건강 사이

■박재경 알피바이오 대표

박재경 알피바이오 대표


“무엇을 먹으면 좀 나아질까”라는 말은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다래끼가 났는데, 무릎이 안 좋은데, 컨디션이 안 올라오는데 무엇을 먹으면 좋으냐며 가족에게 또는 지인에게 묻고 알아봐달라고 하는 경우 말이다. 심지어 다이어트할 때도 우리는 묻는다. “무엇을 먹어야 살이 빠지지?” 그럼 누군가가 대답해줄 것이다. “친구 A가 이걸 먹고 몇 ㎏이 빠졌다더라” 등등… 무엇을 먹지 않아야 살이 빠지는데도 말이다.


참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먹어서 예방하는 시대가 됐다. 예를 들면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류가 핫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열심히 벌어서 자식들 먹여 살리기 바빴던 시대였지만 이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기 관리가 인생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 이를 위해 식단을 하고 운동을 하며 자신을 가꾸는 일에 열심이다 보니 먹어서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질병 예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출출할 때 간식 대용으로 먹으면서 건강을 위한다는 느낌을 받거나 혹은 건강을 해친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에 건강기능식품이나 기능성을 강조한 식품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뜨겁다는 건 이미 몇 해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망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연 매출이 2000억 원이던 기업이 2~3년 이내 고꾸라지는 일도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화장품 시장 못지않게 제품과 트렌드 변화 폭이 매우 크다. 결국 트렌드에 맞춰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다음 제품 순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만 업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업의 본질은 스타트업의 구조적 장점과 잘 맞는 편이다. 빠른 의사결정, 즉 보고 체계가 단순하고 담당자가 바로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바이럴 마케팅이나 소비자들의 ‘틈새 니즈’를 잘 파고들어서 소비자들이 빠르게 구매에 도달하고 구매의 경험이 주변에 전파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수많은 제약사가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성공 사례를 손에 꼽는 이유가 바로 수직적인 보고 체계에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소비자들의 경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실제 효과 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일상의 소소한 불편함에 맞춰져 있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을 즐기기에 이를 바라보는 시야는 더욱 가벼울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건강 ‘경험’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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