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이 최근 6일 동안 진행했던 단식 농성의 주 키워드는 ‘정원’이다.
그는 지난해 4월 29일 세종시 간부 공무원들과 함께 전남 순천에서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벤치마킹했다. 자신의 공약인 2026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번 방문은 의미 있는 행보로 비춰졌다. 하지만 그의 야심찬 계획도 잠시. 14억 5000만 원 전액이 시의회에서 삭감되면서 항의 의미에서 단식을 했다.
최 시장이 단식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들며 마지막까지 호소한 ‘정원’. 성공적으로 박람회를 이끈 순천을 떠오르게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5월 9일 순천을 찾았다. 혼자 찾은 것이 아닌 13명의 고위공무원단을 비롯해 약 30여 명이 방문했다. 그의 말이 인상 깊었다. 28만 중소도시인 노관규 순천시장에게 “배우러 왔다”라는 서울시의 방문 목적을 확고히 하면서 2015년 시작된 서울정원박람회를 2024년부터 국제정원박람회로 확대하고 무대를 한강공원으로 옮기는 등 시민들이 상시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 구상을 했다. 이후 노관규 순천시장이 서울시를 방문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이후 서울은…. 한강 변에서 2024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개최 기간만 800만 명이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례적으로 오세훈 시장은 지난 6월 21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로컬 콘텐츠 페스타’ 개막식에서 로컬 콘텐츠 성공사례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언급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오 시장은 당시 이례적으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영감을 받아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열었는데 일주일 만에 100만, 현재는 3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노관규 시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이처럼 성공하기까지 하루 이틀 사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 무려 16년 전부터 내실 있는 준비단계가 있었다.
민선8기 현재의 노관규 순천시장이 민선 4기 시장으로 취임했던 2007년만 해도 순천만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13만 명에 불과했다. 관광과는 거리가 먼 도시임이 틀림없다. 전국은 물론 세계인들도 찾는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도 200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노 시장은 생태를 중심으로 도시를 새롭게 계획하기로 한다. ‘대한민국 생태수도’ 정책의 출발점이다.
2009년, 순천시는 흑두루미 폐사를 막기 위해 순천만 대대뜰 59㏊에 박힌 282개의 전봇대를 뽑았다. 농사도 친환경 농법으로 바꾸고, 축구장 81개 면적의 농경지를 '흑두루미 희망 농업단지'로 지정해 이곳에서 생산한 볍씨를 철새 먹이로 뿌려줬다.
소문 빠른 흑두루미들 사이에 이 소식이 퍼졌는지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늘어난다. 폭발하는 관광 수요와 지역경제 발전….
이후 10여 년의 정치적 야인생활. 그리고 2023년. 역사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정원은 더욱 업그레이드 되고 전 세계 여느 도시와 견줘도 뒤쳐지지 않은 완벽한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는 리더십과 함께 행정력, 순천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인 시민의식이 빛을 발휘했다. 이러한 노력은 에버랜드도 제치고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꼽힌다.
자연스럽게 전국의 모든 혁신상에 ‘노관규’라는 이름이 올려진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수상 이력에서, 의미 있는 상으로 불리는 ‘2022 올해의 지방자치 CEO’에서 인구 30만 명 미만 중소도시 최고 지자체장으로 꼽혔다. 우리가 살아갈 도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계획이 전국 공무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올해의 지방자치 CEO’로 선정됐다.
강의요청도 쇄도다. 노 시장은 지난 12일에도 충남 부여군에서 초정을 받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 비결 등에 대해 특강을 진행했다.
정원을 못해서 안달이고 전국 곳곳에서는 순천을 벤치마킹 하기 바쁜데, 지역사회의서는 ‘자기정치’에 빠져 의도적으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생태수도 이미지를 희석 시키려는 행위가 불거지고 있다. 단순히 자기정치로 표현했지만, 일각에서는 생태수도 시장은 뒤로 하더라도 공무원과 시민들의 구슬땀이 안쓰럽게 보인다고 혀를 끌끌 찬다. 그만큼 기가 막히다는 얘기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연출을 맡았던 한경아 감독과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니, 대통령 방문이 어쩌니….’ 이러한 프레임을 씌워 지역사회가 얻는 효과는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을 표하는 순천시민들의 목소리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저마다 소멸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순천은 정원 효과로 인해 소멸위기를 벗어난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 국제행사에 새역사를 남기고, 세계 속 도시와도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부의 신뢰를 얻어 국비 등 예산확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꼬투리를 잡는 중심 인물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명한다. 실패한 정책도 아니고 대성공한 정책을 놓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지역이미지에 타격이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에 대해 순천시민은 한숨부터 내쉰다.
그려면서 오히려 대한민국 국제행사의 흑역사로 전락한 잼버리 사태가 부러워(?) 보인다고도 했다.
잼버리로 인해 전북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에서도 예산깎기에 바빴다. 하지만 전북을 살리기 위해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 새만금 예산을 살려냈다. 점점 잼버리 색깔을 지워나가고 있는 전북 국회의원들의 활약이 부럽다고 순천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여당 쪽에 조금이라도 연줄이 있으면 그 줄을 잡기 위해 며칠을 기다리고 전국 어디든 찾아다닌다. 요즘 국비 확보에 전남도를 비롯한 도내 22개 시·군 고위공무원들은 얼굴 보기 조차 힘들 정도로 출장 강행이다.
노관규 시장은 내부 전산망인 새올행정시스템에 지난 7일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서한문을 올렸다. 오로지 그동안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순천시청 공무원과 순천시민들을 위해서다.
노 시장은 서한문에서 마무리 글귀에 “사실과 다른 정치공세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진실의 힘은 위대하고, 외부에서 순천과 시 공무원들의 자존심과 성과들을 폄훼할 때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제가 나서 공무원들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 녹지 분야 국 신설 추세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잘하는 것은 적극 지원하는 것이 정치인 즉,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오로지 지역발전을 위해서다.
옆동네인 광양이 지역구이기도 하지만, 순천이 지역구이기도 한 권향엽 국회의원의 품격과 활약이 더욱 빛나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