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거래소 "밸류업ETF 10% 소득공제를"

여당에 세제 혜택 확대 제안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건의해
코벤펀드 등도 소득공제 하지만
他 ETF 형평성 논란 등 불가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및 선정 기준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액의 10%를 소득공제하는 방안을 국회에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밸류업 ETF 활성화 측면에서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지만 조세정책으로 특정 ETF를 지원한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거래소는 최근 복수의 여당 의원실을 찾아 코리아밸류업지수를 추종하는 ETF·ETN 세제 혜택 강화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일정 한도 내에서 밸류업 ETF·ETN 투자액의 10%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는 밸류업 ETF·ETN에 붙는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세율을 14%에서 9%로 낮춰주는 안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7월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의 주주들에게 9%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는데 밸류업 ETF·ETN도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안팎에서는 거래소의 이 같은 제안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시장 운영을 맡는 거래소가 직접 국회에 세제 혜택 확대 의견을 전달한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소가 언급한 소득공제안이 주목된다. 소득공제는 소득세 부과 대상 과세표준을 직접 깎아주기 때문에 강력한 세제 혜택으로 꼽힌다. 밸류업 ETF 투자액이 1000만 원이라면 이 중 10%인 100만 원을 소득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해주는 식이다.


현재도 코스닥 벤처펀드와 청년형 장기펀드처럼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펀드 상품이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3년 이상 투자할 경우 가입 금액의 3000만 원까지 10%(최대 300만 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청년형 장기펀드는 연 600만 원의 납입 한도 내에서 40%(240만 원)의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형 ETF·펀드 매매 이익은 기본적으로 비과세라 펀드 세제 혜택 방안으로 소득공제가 자주 거론되기는 한다”고 전했다.


소득공제 혜택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면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업 ETF·ETN에 적용될 경우 논란도 예상된다. 먼저 다른 ETF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시중의 다른 고배당 ETF가 역차별받는다는 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정부 세입으로 밸류업지수 추종 상품을 부양한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렵다. 기재부 역시 거래소의 소득공제 확대안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환원에 세제 지원을 강화한다고 기업가치가 올라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발간한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에서 밸류업 세제를 언급하며 “주주 환원 증가와 주가 상승 사이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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