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이민정책, AI산업에 타격 입히나 [트럼프 2.0시대]

25%관세땐 부담 年200억불↑
데이터센터 투자비 회수 의문
中 공급망 배제로 가격도 올라
反이민정책에 인재 수급 차질
규제완화 기대 속 리스크도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집권을 맞아 인공지능(AI)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미국 중심 무역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반도체 관세를 도입할 경우 AI 산업의 기반이 될 인프라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한다면 중국계 AI 고급 인재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챗GPT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12일(현지 시간)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427억 2000만 달러(약 341조 5000억 원)로 예상된다.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2032년께 시장 규모는 5848억 6000만 달러(약 82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 돌풍이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시장은 AI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막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씨티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올 3분기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자본 지출이 지난해보다 62% 늘었고 클라우드 빅테크 주가가 춤을 춘다며 “투자자들이 눈에 보이는 AI 인프라 지출이 급증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테크계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반도체 관세 도입이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을 높일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D램, 낸드플래시 등이 집약된 ‘반도체 덩어리’나 다름없다. 이 중 AI 가속기인 GPU는 절대다수가 대만 TSMC에서 생산된다. 컴퓨터의 ‘기억’을 담당할 D램과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를 제외한 데이터센터 구성품 다수가 중국 공급망과 얽혀 있다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메인보드·서버랙·접속단자·전원부·냉각시스템 등 컴퓨터 작동을 뒷받침하는 모든 부품에서 중국산을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체품을 찾더라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 구축은 글로벌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생성형 AI와 빅테크의 본산인 미국 비중이 약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츠는 지난해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858억 4000만 달러(약 121조 원)라고 분석했다. 모든 데이터센터 부품에 25% 관세가 일괄 도입되면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투자 부담이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이민 정책도 고급 AI 인재 수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중 갈등 격화 시 중국계 고급 AI 인재 수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와 칭화대가 양대 학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계 비중이 높은 곳이다.


미 싱크탱크 매크로폴로에 따르면 2019년 학부 기준 상위 2% AI 연구자의 국적별 비중은 미국 35%, 인도 12%, 중국 10% 등이었으나 2022년에는 미국 28%, 중국 26%, 인도 7%가 됐다. 2022년 기준 미국 기관에서 일하는 상위 AI 연구자 출신국은 중국이 38%로 미국의 37%를 이미 넘어섰다. 테크계의 한 관계자는 “고급 인력에 대한 문호는 개방하겠다지만 중국계 인재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커질 수 있고 이에 따른 인력 이탈이 벌어질 수 있다”며 “심심찮게 터지는 중국계 인력의 기술 스파이 행위도 채용 장벽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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