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이 대형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이 책정한 한도(500억 원)의 3배를 넘어서는 총 1600억 원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 주공) 잔금대출을 실시한다. 둔촌 주공은 이달 말 입주로 아직 대출실행이 본격화되지 않았고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지역농협이 공급하는 잔금대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농협중앙회에 대한 무기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14일 농협중앙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둔촌 주공에 잔금대출을 취급한 지역농협은 총 3곳이다. 강동농협은 1000억 원 한도를 책정하면서 가장 큰 규모를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주농협은 최저 4.2%(변동) 금리로 각각 300억 원 규모의 잔금대출을 판매했다.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둔촌 주공은 약 1만 2000가구 규모의 사상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입주 관련 대출만 3조 원 규모로 추산하는데 현재 확정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대출한도는 9500억 원 수준이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잔금대출 한도는 둔촌 주공의 사업장 규모를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며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드라이브가 강하기 때문에 대출한도를 넉넉하게 제시하기에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지역농협은 공격적인 잔금대출에 나서면서 ‘풍선 효과’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등 전체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증가 폭은 1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실제 광주·전주농협은 4.2% 변동금리로 잔금대출을 판매했는데 이는 평균 약 4.8%의 금리를 제시하는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됐다. 1000억 원 한도로 최저 연 4.5% 금리를 제시한 강동농협도 대출 접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입주 시기를 기점으로 둔촌 주공의 잔금대출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달 12일부터 농협중앙회에 인력을 투입해 지역농협의 가계대출 취급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한을 따로 두지 않고 가계대출이 안정화될 때까지 점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