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잘할 거야, 지난 3년을 응원해"…수능 '결실'을 꿈꾸며 나누는 뜨거운 포옹

긴장한 수험생들 배웅하며 학부모 포옹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반포고 찾아 응원
"수험생 할인으로 해외여행 갈 것" 투혼도

14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 앞에서 인근 서원초 등교 전에 수능 수험생들을 응원 나온 이윤혁·서유권(12) 군이 '수능 대박'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박민주 기자

“3년간 해온 일들을 응원해줬어요. 수능 대박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고3 수험생 학부모 최 모 씨)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반포고 앞은 서둘러 교문을 통과하는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가족이 만들어준 도시락통과 수험표를 손에 쥐고서 바짝 얼어붙은 얼굴을 한 수험생들에게서는 단단한 각오가 엿보였다.


다만 차량 통제를 위해 교문 앞에 서 있던 서초구청 직원과 인근 경찰이 “수험생만 들어오세요”라고 안내하면서 학부모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다.


재수생인 스무 살 딸과 함께 학교를 온 이 모(47)씨는 딸을 시험장으로 들여보내기 전 눈을 바라보며 깊은 응원을 건넸다. 긴장된 기색이 역력한 수험생들만큼 학부모들도 떨리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 씨는 “딸이 시험을 치를 동안 인근 성당에 가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매 교시마다 기도를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교문에서 돌아서 걸음을 움직이면서도 몇 번씩 시험장을 바라봤다.


이날 오전 7시 20분께 정근식 신임 서울시교육감이 반포고를 찾아오면서 응원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정 교육감은 교문 앞에 서서 수험생들과 악수하거나 ‘파이팅’이라고 말하면서 응원을 건넸다.


정 교육감은 “그간 수능 날 날씨가 추워지곤 했는데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평소 날씨를 유지해서 다행”이라면서 “학생들의 손이 차거나 땀이 흥건해서 긴장한 걸 알 수 있었다. 평소 실력보다 더 많은 지혜를 가지고 좋은 행운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14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 앞에서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깜찍한 응원도 연달아 이어졌다. 반포고에서 30m 떨어진 서원초 학생들이 시험장을 찾아 형·누나를 향해 ‘수능 대박’을 외쳤다. 정성스럽게 만든 플래카드를 손에 든 이윤혁·서유권(12) 군은 “예전부터 이렇게 깜짝 이벤트를 하는 걸 좋아해서 학교 오기 전에 왔다”면서 “형 누나들 파이팅. 시험 잘 보시고 좋은 대학 가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병원복을 입은 채 깁스를 하고 시험장을 찾은 투혼도 엿보였다. 7시 40분께 전기자전거를 탄 채 반포고로 들어간 이유찬(19) 군은 “수시에 합격해서 시험을 따로 안 볼 생각이었지만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이고 수험표 할인이 받고 싶어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왔다”면서 “수험표를 받으면 항공권 할인을 받아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14일 오전 인천 동구 동산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를 안아주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수험생들은 오전 8시 10분 교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퀵 오토바이를 타고 오거나 순찰차를 타고 왔다. 8시 4분께에는 서울 강남 지역 다른 고등학교로 잘못 간 학생이 순찰차에서 황급히 내렸다.


긴급 상황을 대비해 교문 앞에서 순찰을 진행한 경찰은 “오늘 오전에 반포고로 잘못 온 학생 1명과 다른 고등학교로 잘못 간 학생 1명이 있었다”며 “상황을 들어 보니 고속도로부터 차가 막혀서 급하게 경찰에게 신고하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5학년도 수능은 이날 오전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1교시 국어영역은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하고,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오후 5시 45분(일반 수험생 기준)에 끝난다. 올해 수능에는 전년도보다 1만 8082명 늘어난 52만 2670명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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