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完經)'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페미니즘 표현’이라며 별점 테러를 당한 보드게임사가 표현을 수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4일 보드게임 제작·유통사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새 보드게임 '메디컬 미스터리: 뉴욕 응급실'을 공개했다. 게임 속 한 여성 인물이 "환자는 완경기가 지난 53세 폴리네시아계 여성"이라고 소개된 것에 대해 일부 누리꾼이 "페미니스트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해당 게임에 별점 1점을 주며 "게임은 잘못 없지만 사상이 묻어서 냄새가 난다”, "논란이 일어날 용어를 멋대로 쓴 게 실망스럽다" 등의 리뷰를 남겼다.
이에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완경 논란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충분한 검토가 부족한 채로 완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단어를 수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완경’이라는 표현이 의학 용어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의학 용어라는 것이 절대불변이 아니다”며 “언어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이라는 말이 의학 용어였으나 현재는 조현병이라는 말로, 꼽추라는 말은 척추측만증이라는 말로 대체되었다”며 “당사자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부정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말을 고치는 것이 전통적 단어를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단어 하나를 대체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긍정적인 기분을 들게 해준다면 써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표현을 거두지 않는 것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경'이란 '폐경'을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어감으로 순화한 말로, 1990년 안명옥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처음 만들었다.
이 같은 공지가 올라오자 회사 홈페이지에는 “입장문을 보고 구매하러 왔다”는 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입장문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집게손가락' 논란으로 사과하는 와중에 상식을 지키는 기업을 보니 반갑다", "간만에 정상적 대처를 보니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게 실감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