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지역건의댐’ 원주천댐 가보니…"홍수 피해 줄이자에 한 뜻”

첫 ‘지역건의댐’ 원주천댐 가보니
과거 폭우에 인명·재산피해 허다해
주민 "장마철에도 안심할 수 있어"

유민호 한국수자원공사 원주천댐사업단장이 12일 댐 상류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원주=박신원 기자

“앞으로는 기후변화 때문에 비가 더 많이 올텐데, 댐이 지어졌으니 장마철에도 안심해도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12일 방문한 강원도 원주시 원주천댐. 치악산 산자락을 넘어 굽이굽이 난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인 댐 상층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댐 상류에는 일반적인 하천 유량과 비슷한 정도의 물이 저수돼 있었고, 댐 하류에는 풋살장과 공연장 등 주민 편의 시설의 최종 정비를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방문한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신촌리에 위치한 원주천댐은 지역의 요구로 건설된 첫 홍수조절 댐이다. 2005년 처음 섬강유역종합치수계획에 건설 계획이 반영된 뒤 2019년 착공해 5년 만인 올해 10월 준공식을 열었다. 댐이 건설되면서 원주천은 앞으로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폭우가 내려도 범람하지 않고 견딜 수 있게 됐다.


댐 건설 추진 초반에는 고향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해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주민 100%가 동의해 댐 건설에 나설 수 있었다. 원주천댐이 위치한 원주 신촌리에서 11년 째 이장을 맡고 있는 안호식(58) 주민대표위원장은 “주민들의 합의가 너무 원만하게 이뤄졌다”며 “심의위원회가 방문했을 때 ‘이 지역은 사람이 안 사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 간 의견 충돌이나 반목 없이 모두가 댐 건설을 원하는 분위기를 심의위원회가 의아해할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지역의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진 데는 홍수 조절 필요성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원주천댐은 가파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댐 상류에는 백운산이, 하류에는 치악산이 위치해 있다. 많은 비가 내리면 가파른 백운산 자락을 타고 빗물이 원주천댐 상류로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다. 작은 하천인 원주천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데 인근에는 도심이 위치해 있어 홍수 발생 시 피해도 크다.


실제 1998년, 2002년, 2006년 3차례 원주천이 범람해 5명의 인명피해와 535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적 있다. 반복되던 홍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안 위원장은 “이 지역은 범람이 잦아서 논바닥이 모랫바닥이 되고, 수재민이 됐던 기억을 갖고 있다”며 “도심에 흐르는 원주천이 범람해 자동차가 몇 대 떠내려가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원주천댐 하류에 위치한 공연장과 어린이놀이터, 풋살장 등 주민 편의시설의 모습. 원주=박신원 기자

원주천댐은 평상시엔 다른 홍수조절용 댐인 한탄강댐·군남댐과 마찬가지로 자연 하천과 같이 물이 흐르도록 수문을 열어놓는다. 매년 여름철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많은 비가 내릴 때에만 빗물을 담았다가 일정하게 방류해 하류에 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총 180만 톤을 저수할 수 있고 하루에 방류할 수 있는 양은 60만 톤이다. 원주천댐은 내년 홍수기부터 본격적으로 홍수 조절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유민호 한국수자원공사 원주천댐사업단장은 “원주 도시계획은 80년 빈도의 강우를 견디게 계획돼 있는데 이 댐은 200년 빈도의 강우도 견딜 수 있다”며 “물을 가둬 하류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늦추면 물이 천천히 빠져나가 홍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건의로 지어진 이 댐은 국비 90%, 지방비 10%로 총 90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설됐다. 댐과 함께 2차선 도로와 공원, 관리동, 상하수도 시설 등이 함께 들어서며 주민들의 생활 환경도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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