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콜택시? 자존심도 없냐"…수능 수험표까지 나르는 경찰, 내부서도 '시끌'

올 수능날 수험생 호송 등 187건 편의 제공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서비스” 반론도 나와

1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교통안전계 경찰관들이 수능 당일 시험장 주변 특별 교통관리에 투입될 지원차량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날 순찰차로 수험생을 수송하고 수험표를 가져다주는 경찰의 서비스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수능 당일 전국 경찰은 수험생 154명을 순찰차로 수송했으며 집에 놓고 온 9건의 수험표를 전달하는 총 187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또 시험장 주변 교통 관리를 위해 교통경찰과 기동대, 지역경찰, 모범운전자 등 1만1343명을 배치했다.


이 같은 관행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수험생 호송이 경찰의 전통 업무가 된 거냐” “긴급신고 발생 시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 현직 경찰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콜택시냐” “돈도, 가오(폼)도, 자존심도 없다” 등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현직 경찰관은 “다른 중요 시험에서는 이러한 편의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결국 수험생 본인의 책임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아침 잠깐의 일이고 경찰이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서비스” "수험생 수송한다고 도둑을 안 잡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등의 반론도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경찰의 주요 업무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범죄 예방 및 수사, 교통 단속 등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해당 업무는 경찰관이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단순 미담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경찰과 시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업무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특히 주민 편의 서비스라는 측면에서의 타당성은 인정되나 경찰 본연의 임무 수행과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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