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임직원 백기사' 카드 꺼낸다

■ 자사주 1.4% 의결권 살리나
기금 출연으로 '처분 금지' 예외
5%P차 열세 최윤범, 우호군 확대
근로자위원 선임 등 하자땐 무산
이복현 "유의미한 사실 확인" 압박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고려아연이 지난달 말 사내 근로 복지 기금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 복지 기금 출연은 자기주식 활용이 가능한 예외 조항이 적용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의결권 확대를 위해 ‘임직원 백기사’ 카드를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공모 유상증자 카드가 사라진 상황에서 주주 환원책으로 기존 주주들을 끌어안는 동시에 최대한 우호군을 넓히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5일 법원행정처 등기정보중앙관리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아 29일에 ‘고려아연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다. 통상 한 달 이내 걸리는 절차를 감안하면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진행됐던 10월 초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등기 내용을 보면 우리사주 구입을 포함해 의료비 및 선택적 복지 지원 등의 사업에 쓰도록 했다. 자산은 5000만 원이다.


고려아연은 올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8만 9703주(1.4%)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당시 취득 목적은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 보상’으로 밝힌 바 있다. 자사주로 갖고 있으면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지분 맞교환 또는 사내 근로 복지 기금 출연, 우리사주조합에 처분 등으로 살리는 게 절실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 이후 6개월간 처분이 금지된다. 예외적으로 근로 복지 기금 출연이나 임직원에게 상여금으로 자사주를 교부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넘길 때는 허용된다.


근로 복지 기금은 법인이라는 점에서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로 구성된 이사를 둔다. 이들은 출연 받은 자사주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만 사내 근로 복지 기금 설립과 관련해 근로자 위원 선임 과정 등 관련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설립 효력 자체를 정지시킬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설립 준비위, 노사 협의회 근로자 위원 선임 절차 등이 사내 근로 복지 기금 설립에 있어 가장 취약점”이라며 “급하게 만들었다가는 기금 설립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고려아연의 1.4% 자사주는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쉽지 않은 여건이다. 28만 9703주는 이날 종가 기준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우리사주가 매입하기에는 현 주가가 과도하게 높은 상태여서 적정 가격을 매기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9.85%)에 대해서는 소각할 예정이다.


MBK가 공개매수 이후 꾸준히 장내 매수를 계속하면서 영풍·MBK 지분율은 39.83%로 최 회장 및 베인캐피털(17.01%)과의 차이가 크다. 한화 등 최 회장의 백기사(17.50%)를 더해도 약 5%포인트 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실탄이 충분한 MBK는 장내 매수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진행한 MBK 측의 장내 매수 평균 단가는 103만 4400원에 달한다.


아울러 영풍·MBK는 자사주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약 6732억 원 규모의 손해를 회사에 배상할 것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에 대해 “불공정 거래 우려와 관련해 이미 조사 대상이 됐기 때문에 향후 단계별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내는 것은 좀, 매우 부적절하지 않을까 싶다”며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원장은 “증권사(미래에셋증권·KB증권) 검사는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들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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