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행 중인 총 4건의 재판 중 첫 선고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정치 행보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면서 대통령 선거에도 나설 수 없어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법조계에서는 1심 재판부가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선고한 만큼 향후 상급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2022년 9월 기소된 지 약 2년 2개월 만이다. 검찰은 올해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에 한 발언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 대표가 당선을 목적으로 이른바 ‘대장동 의혹’과 거리를 두기 위해 사업 실무자로 일해온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을 허위 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은 ‘당선 목적으로 연설·방송 등의 방법으로 출생지·재력·행위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역시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시비를 차단하고자 국정감사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도 인정해야 하지만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1심 결과이지만 징역형의 유죄 판단으로 이 대표의 정치 행보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의 최종심까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당선 무효형량이 유지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대선에 나설 수 없고 의원직도 잃는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자금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이 대표가 연루된 4개 재판 중 첫 번째 1심 선고로, 예상보다 높은 형량의 파장이 이후 재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민주당의 공세 수위와 투쟁 동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오늘의 이 장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