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만 되레 500원 늘어" vs "하위 20% 최대 2340원 절감"

■ 수수료 인하효과 논란
매출 규모 큰 대형 가맹점은 불참
한계 내몰린 영세업체 합의 수용
광고비·배달료 할증은 논의 못해
라이더 요구 등 인상 요인도 가득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회원들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생협의체 합의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달 플랫폼 상생협의체가 중개 수수료 인하를 4개월 만에 합의했지만 협의체의 태생적인 한계 탓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입점업체 단체는 대형 프랜차이즈만 대변하며 입점업체 간 갈등을 부르는 가운데 이번 상생안의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 효과를 놓고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협의 과정에서 배달 라이더가 배제되고 광고비를 다루지 않은 것도 또다른 불씨로 남아 3년 한시 수수료 인하 기간 이후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가 뛰는 풍선 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인하 효과 있나 없나= 상생협의체에 입점 업체를 대표해 참여한 4개 단체 중 이번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회는 중개 수수료를 찔끔 인하하고 배달비가 올라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생안에 따르면 당초 9.8%의 단일 중개 수수료와 최대 2900원의 배달료로 구성된 배달 앱 비용은 앱을 통한 매출에 따라 중개 수수료율 △7.8% △6.8% △2.0%로 낮추고 배달비는 최대 2900원에서 3400원으로 올랐다.


15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상생협의체가 중개 수수료를 1%포인트 높이고 배달 비용도 500원 추가 인상하는 안을 도출했다”고 지적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도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의 업주들은 중개 수수료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1%포인트 올라가고 배달비는 500원이 올라가며 50~80% 구간조차도 전혀 차이가 없다”면서 “배달 매출이 극히 적은 하위 20%에만 요율을 낮춰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실제 합의안을 적용해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을 따져보면 가장 넓은 구간인 중위 35~80%의 경우 주문 금액이 1만 원일 때는 100원, 3만 원일 때는 700원의 비용이 줄어든다. 특히 9.8%였던 중개 수수료가 2.0%로 낮아진 하위 20% 입점 업체는 780~2340원의 비용이 감소한다.


상생안을 수용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거래 금액 기준 중위 35~50%는 비용이 줄지 않을 수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비용이 줄어든다”면서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9.8%로 올리기 전 6.8%의 수수료와 3200원의 배달비를 받던 시점을 기준으로 한 평균 비용은 주문 금액의 5.3%”라고 반박했다. 상생협의체 공익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상생안은 주문 단가 2만 5000원 기준 수수료와 배달비를 합쳐 △매출 상위 35~50%에는 평균 2.3%포인트 △상위 50~80% 구간에는 3%포인트 △하위 20%에는 7.8%포인트의 인하 효과가 있다.





◇3년 후에는 배달비 크게 오를 수도= 이번 상생안이 향후 3년간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에는 배달비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민은 주문만 받고 배달은 입점 업체가 직접 하는 구조이고 쿠팡이츠는 배달까지 담당하는 방식인데, 배민 역시 쿠팡이츠의 사업 모델이 수익성이 높다고 보고 배달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 앱 관계자는 “배달 라이더가 요구하는 배달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도 배달료뿐만 아니라 중개 수수료의 일부도 배달비에 들어간다”면서 “앞으로 배달 앱들은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상생안에는 입점 업체의 비용 부담을 가져온 광고비와 배달비 할증 논란은 담지 못했다. 입점 업체들은 배민의 클릭당 광고비 과금 구조를 비판하고 있다. 배민은 당장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홍보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입점 업체가 필요할 때마다 광고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적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결제로 이어지는 경우에만 과금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생협에 참여한 4곳의 입점 업체의 대표성에 대한 논란도 물밑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홍근 제네시스BBQ 회장이 상임회장인 한국외식산업협회를 비롯해 가맹점주협회는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변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번 논의 내내 중개 수수료 5%, 배달비 인상 금지를 강력 주장했다.


결국 최종 합의에 찬성한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입점 업체가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상위 구간에는 매출 10억 원 이상의 대형 입점 업체가 많다”면서 “9.8%의 수수료를 하루하루 견딜 수 없는 영세 입점 업체들은 당장 일부라도 인하하지 않으면 폐업 위기에 몰리기 때문에 합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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