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구속 첫날부터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명 씨가 받는 혐의인 정치자금법 수수 의혹을 빠른 시간에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검토하던 명 씨 관련 다른 의혹도 창원지검에 이송되며 사건은 더 커지고 수사 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이지형 차장검사)은 15일 오후 2시 명 씨를 불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달 8~9일 검찰 출석을 포함해 피의자 신분으로는 네 번째 조사이자 구속된 이후 첫 조사다. 창원지법은 이날 새벽 명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배 모, 이 모 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 씨는 이날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지검에 도착했다. 이날 새벽 1시 20분께 구속된 뒤 12시간 만의 조사다. 검찰은 명 씨 구속영장에 적시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 씨를 최장 20일 동안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은 사건과 관련된 창원시 공무원 3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통보도 하며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명 씨는 김 전 의원을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6차례에 걸쳐 정치자금 7620만 원을 기부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22년 6월 지방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과정에서 각각 배 씨와 이 씨에게서 1억 2000만 원씩 총 2억 4000만 원을 김 전 의원과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대표와 함께 정치자금으로 기부받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 명 씨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나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등 여러 의혹들이 있는 가운데 검찰은 우선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조사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 빠르게 조사를 마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따른 기소 이후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명 씨 측은 이날 조사에서 내용증명 등 증거를 바탕으로 김 전 의원에게 받은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대여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가 지난해 11월 대여금을 달라고 김 전 의원 사무실에 가 비서관들과 말싸움을 한 사실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과 김 대표와 함께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명 씨 측은 기존 입장대로 “어떠한 명목의 금전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증거와 녹취파일 등을 제출하고 소명할 것으로 전해진다.
명 씨 관련 의혹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한 시민단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로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 김 전 의원, 이준석·윤상현 의원 등 6명을 고발한 사건을 창원지검에 이송했다. 명 씨가 지난 대선 기간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묵인·방조했다고 고발한 사건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3억 75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을 공천하게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때문에 현재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까지 확대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 명 씨의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명 씨에 대한 (석방을 위해 법원에) 적부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