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국 증시는 미 대선 불확실성 해소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그야말로 아비규환 장세를 연출했다. 트럼프의 정책이 수출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에 더해 1400원을 넘어서는 환율에 외국인들이 앞장서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급락, 주요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급락한 만큼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다면서도 트럼프의 취임(2025년 1월 20일) 후 실제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트럼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방산·조선 등 수혜주와 엔터와 제약·바이오 등 실적 전망이 양호한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11일~15일) 코스피는 144.29포인트(5.63%) 하락, 15일 종가 2561.15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1조 5822억 원을 순매수하며 나홀로 ‘사자’를 외쳤으나 외국인(1조 7117억 원), 기관(819억 원)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삼성전자(005930)가 4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고꾸라지면서 지수 전체 하락을 주도했다. 이에 지난 14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기간 57.96포인트(7.80%) 내린 743.38에 마감했다.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증시는 나날이 사상 최고 수준을 갈아치운 반면 한국 증시만 유독 나홀로 급감하고 있다. TSMC 등 반도체 기업이 주요 산업인 대만 자취엔 지수의 주간 하락률(-3.5%)과 비교해도 코스피의 낙폭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내 상장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이 외부 변수를 만나 투매로 이어진 셈이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1배로 역사적으로도 저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주식 시장의 낙폭이 과도하고 폭발했던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인 수혜주에 베팅하는 현상)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기술적 반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실제 관세 적용시점이 정해지고 이와 관련한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등 실질적 조치가 구체화되는 취임식 이후가 돼야 극단적 불안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취임식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현재로서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내주 코스피 주간 예상밴드는 2350~2500포인트를 제시했다. 업종·종목 측면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의 접근이 유효할 전망이다. 방산, 조선 등 미국 신정부 정책 수혜 관련 분야와 함께 엔터, 제약·바이오 등 실적 전망이 양호한 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다음주에는 무게감 있는 경제지표나 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20일)가 예정돼 있다. 컨센서스는 매출 329억 6000만 달러, 주당순익(EPS) 70센트다. 차세대 칩(블랙웰)의 양산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만큼 이번 분기 실적보다는 내년에 대한 전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