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할 경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징수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올 9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6월 대구 달성군에 있는 한 회사에서 유리창 청소작업을 하던 중 로프가 끊어져 8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 작업은 해당 회사가 정비업체에 도급한 사항으로, A씨는 정비업체에서 일당을 받는 노동자였다. A씨 유족 측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고, 공단은 같은 해 8월 업무상 재해를 승인한 후 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듬해 3월 “고용노동부 재조사 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하고, 1억 6270만 원에 대한 부당이득징수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 측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 해당 여부는 계약형식보다는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다”며 “작업시간은 현장 관리회사와 도급회사 측에 의해 통제됐고, 지급명세서 등도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작업일수 및 작업량에 의해 정산한 보수도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라는 성격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고층에서의 작업 시 설치가 요구되는 안전시설 및 보호시설 설치와 관리, 위험방지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던 자는 이 사건 회사”라며 “회사가 사용자로서 지배하던 영역에서 그 지시에 따라 노무를 제공한 A씨는 산재보험의 보상대상이 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