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폭탄’ 등 확산하는 보호무역 기류를 경계하는 한편 다자 교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의 발전이라는 비전을 재확인하며 폐막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들은 16일(현지 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다자 무역 질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이른바 ‘마추픽추 선언문’을 발표했다. 행사는 리마에서 열렸지만 페루를 대표하는 지역 이름을 선언문에 달았다.
이번 선언문은 △자유롭고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 조성 의지 표명 △포용적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 △무탄소, 탄소 중립 자원을 활용한 전력 확대 필요성 확인 등이 담겼다. 선언문 외에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의제에 대한 새 시각을 담은 ‘이시마 성명’이 부속서 성격으로 함께 발표됐다.
윤 대통령은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받았다. 윤 대통령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으로부터 지휘봉인 바라욕을 선물받았다. 바라욕은 페루의 뿌리인 잉카 시대 지도자들이 물려받던 지휘봉으로 권위·정의·지혜를 상징한다.
윤 대통령은 내년 APEC의 중점 과제를 연결·혁신·번영으로 제시하며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공통의 표준과 인증 체계 구축을 위한 ‘APEC AI 표준 포럼’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15일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내년 CEO 서밋 의장 자리를 인수한바 있다. 이번 APEC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석기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이 참석해 경주 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중국이 2026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사실상 결정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방한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한층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시기에 2년 연속 APEC 정상회의가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셈이다.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가운데 양국 간 협력 수준이 점진적으로 격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