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발 반도체 리스크가 효성화학(298000) 특수가스(NF3) 딜로 불똥이 튀었다. 인수 측은 내년 사업 계획을 반영했을 때 1조 원 가치도 힘들다는 판단이어서 자칫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최근 인수 가격 수정안을 1조 원 미만으로 정해 효성 측에 전달했다. 최근 실적과 내년 사업 계획을 봤을 때 올 상반기 투자설명서(IM)를 받았을 때보다 반도체 업황이 크게 악화돼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날린 셈이다. 효성 측은 가격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또는 소수 지분(마이너리티) 투자 구조로 바꾸는 식으로 대안을 찾을지 고민 중이다.
올 7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할 당시 제시한 가격은 지분 100% 기준 1조3000억 원이었고, 상세 실사를 마친 지난달 1조1750억 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최초 특수가스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650억원으로 잡고 멀티플 20배를 적용했으나 계속 낮아졌다.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부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는 NF3를 생산한다. 연산 8000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 기준으로 SK스페셜티, 중국 페릭에 이어 글로벌 3위다.
문제는 최근 삼성전자의 자본적지출(Capex) 축소와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주요 고객사인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가 직격탄을 맞은 데 있다. 지난해 특수가스 사업 매출의 75.9%가 삼성전자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특수가스는 반도체 업황에 민감해 내년 실적 전망이 낮아지면서 컨소시엄이 처음 인수를 추진할 때와 숫자 차이가 너무 커졌다. 5개년 계획에서의 반도체 시장 전망도 기존 보다 나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하자마자 실적이 악화하면 인수금융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며 “효성이 우협 선정 이후 4개월간 좌고우면 하며 딜이 늘어지는 사이 양쪽 모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효성 측이 일부 지분을 남겨두는 소수 지분 구조로 바꾸기도 만만치 않다. 부채 부담을 더는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바이아웃(경영권 매각)을 독려해왔다. 컨소시엄도 크레딧 펀드가 아닌 바이아웃 펀드에서 투자를 검토했다.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져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낮아진다.
효성화확의 재무구조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효성화학의 유동부채는 2조9118억 원으로 지난해 말(2조 1475억 원) 대비 35.6% 증가했다. 2022년(1조 7157억 원)과 비교하면 1조 원 이상 불어났다. 효성으로서는 특수가스 부문 매각 대금을 받아야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인다. 현재 효성화학은 매 분기마다 금융이자만 600억원 넘게 지출하는 상황이다. 대주단에서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에 대해 더 이상 만기 연장(웨이버)이 힘들다는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효성화학은 석유화학 업계 불황으로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3분기에 이어 4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야심차게 투자했던 베트남 현지 100% 자회사인 효성비니케미칼은 폴리프로필렌(PP)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매년 3000억 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효성에서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안을 찾아 나섰다”며 “실적과 재무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좀 더 낮은 가격이라도 받아들여 서둘러 매각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 여파가 SK스페셜티 딜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SK(주)는 지난 9월말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우협에 선정했다. 당시 한앤코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4조 2000억 원 수준에 달했다. 양측은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SK(주)가 어느 정도 지분을 남길 지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