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감기약 성분인 ‘페닐에프린’에 효능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 의약품에 대한 종합 검토에 들어갔다. 페닐에프린이 포함된 대표 제품인 ‘판콜에이’가 액상형 종합감기약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도 FDA와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업체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페닐에프린을 경구용 코막힘 일반의약품(OTC) 성분 목록에서 삭제하는 제안명령(Proposed Order)을 내렸다. 페닐에프린에 코막힘 완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먹는 약으로 복용했을 때 충분한 양이 전달되지 않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FDA는 6개월간 공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페닐에프린이 포함된 의약품의 판매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식약처도 페닐에프린이 포함된 경구용 감기약의 종합 검토에 착수했다. 국내 제품은 동화약품(000020)의 판콜에이, 코오롱제약의 ‘코미시럽’, 대우제약의 ‘코벤시럽’ 등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규제 현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기존 사용 경험,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국내 페닐에프린 감기약(의 효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식약처가 FDA와 같은 판단을 할 경우 가장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액상형 종합감기약 1위인 판콜에이다. 다만 식약처가 페닐에프린을 두고 ‘효능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해도 판콜에이 등이 시장에서 바로 퇴출되는 것은 아니다. 판콜에이에는 페닐에프린 외에 아세트아미노펜, 구아이페네신, 펜톡시베린시트르산염 등 감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다른 성분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페닐에프린이라는 성분의 효능이 없다고 해서 ‘판콜에이가 감기에 효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라는 결정까지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종합감기약은 동아제약의 ‘판피린티’와 판콜에이 2종뿐이기 때문이다. 처방 없이도 24시간 구매할 수 있는 안전 상비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콜에이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판피린만 남아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가 ‘효능 없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감기약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판콜은 1968년 출시된 스테디셀러 감기약이지만 판피린에 밀려 만년 2위 자리에 있었다. 판콜류 감기약(판콜에이, 판콜에스, 판콜아이콜드 시럽)이 2022년 판피린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약 50년 만이었다. 판콜류가 2년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식약처 결정에 따라 판피린이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페닐에프린 성분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됐기 때문에 회사도 다양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해놓은 상태”라며 “정부 결정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