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응용 분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가 주목받는다. BCI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처럼 머릿속 상상만으로 컴퓨터 같은 장치를 조작하는 기술이다. 오픈AI·구글·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이 결합되면서 기술 발전에 속도가 붙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화둥이공대 연구진은 바이두와 협업해 회사의 LLM ‘어니봇’과 BCI를 통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어니봇을 활용해 사용자의 다양한 의도를 수행하는 BCI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BCI는 뇌에 전극을 심거나 혈관·두피에 센서를 부착해 뇌의 전기·생리적 신호와 뇌파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마우스 커서 조작 등 간단한 제어를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마우스를 넘어 TV나 로봇 같은 다양한 장치를 자유롭게 제어하는 ‘범용 리모컨’식 BCI 구현에는 한계가 있다. 어니봇은 사용자 의도에 맞는 제어 시스템들을 자동으로 생성함으로써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BCI와 LLM의 결합은 처음이 아니다. 7월 미국에서는 뉴럴링크 경쟁사로 꼽히는 싱크론이 자사 BCI 제품에 오픈AI의 GPT 모델을 탑재해 마비 환자를 위한 AI 채팅 기능을 선뵀다. GPT가 대화 내용의 맥락과 감정에 맞는 답장 문구를 제안하는 식이다.
구글 연구진은 최근 시선 타이핑 속도를 최고 60% 높일 수 있는 ‘스피크패스터’ 기술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공개했다. 구글 LLM ‘람다’를 파인 튜닝(미세 조정)해 시선 타이핑에 적용한 기술이다. 시선 타이핑은 사용자의 시선을 인식해 키보드를 입력하는 BCI로 비교적 난도가 낮지만 입력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 기술은 단어 첫머리만 입력해도 LLM이 대화 맥락을 파악해 문장을 완성하는 식으로 채팅 속도를 개선했다.
BCI 성능은 사용자 의도를 알아채고 수행하는 뇌 신호 처리에 달렸다. 이는 빅데이터 처리에 능하고 학습하지 않은 데이터로도 추론이 가능한 LLM 등 생성형 AI 모델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조성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교수는 “기존 AI가 뇌 신호를 상하좌우 네 방향 움직임으로 바꾸는 식의 한정된 아웃풋(출력)만 구현했다면 생성형 AI는 의도 추론으로 보다 다양한 아웃풋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시력 회복용 기기를 개발 중인 뉴럴링크도 AI 성능을 고도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