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 칼질" 머스크, 美 정부 예산도 손대나

NYT '머스크식' 비용 절감 조명
"예산 깎고 대응 나중에 하는 식"
정부 운영 적용땐 부작용 우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6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리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방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할 때 무자비한 긴축 경영 방식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충분한 숙고 없이 ‘일단 후려치고 나중에 고치는 식(Slash First, Fix Later)’으로 나라 살림에 칼을 댈 경우 사회·경제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머스크가 소유했던 회사들의 비용 절감 사례를 조명하며 그의 경영 스타일이 연방정부 예산을 깎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기존 미 연방정부 예산(6조 7500억 달러, 약 9423조 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조 달러(약 2792조 원) 이상을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기관을 400개에서 99개로 줄이고 공무원들에게 매주 성과를 보고받겠다고도 공언했다.


이 같은 극약처방이 가능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의 전현직 직원 17명은 그를 ‘1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구두쇠(penny-pinching)’라고 불렀다. 이들은 머스크가 회사 내부의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조사했으며 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줄이는 것을 선호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비용 삭감에 대해서만큼은 감정이나 관행에 치우치지 않으며 때로는 제품의 안전성까지 위협할 정도로 거리낌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2년 11월 소셜미디어 트위터(현재의 X)를 인수한 직후 8000명에 가까운 직원들 가운데 4분의 3 이상을 해고했다. 머스크는 그 후에도 지출 항목을 정리한 엑셀을 한줄 한줄 보고받은 뒤 추가 비용 삭감을 지시했다.


같은 해 크리스마스 전날 X 데이터센터 폐쇄를 위해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해당 시설로 날아가 백업도 하지 않은 컴퓨터의 전원을 직접 뽑아버리기도 했다. 이 결정으로 X는 연간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을 절감했다.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서는 부품 값을 아끼기 위해 기존 부품 업체와 거래를 끊고 해당 업체의 부품을 모방해 자체 제작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다. 머스크의 ‘저가 선호 방식’은 테슬라가 포드나 GM 등 경쟁사들을 제치고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발판이 됐다. 스페이스X는 세계 최고의 우주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X 역시 대규모 해고에 따른 우려에도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혼란도 적지 않았다. 머스크의 ‘효율성 조치’에 따라 테슬라는 레이더 센서의 5분의 1 가격인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데 테슬라 차량 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은 테슬라 차량의 카메라 의존형 자율주행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해 사고가 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해왔다. 또 머스크는 4월 충전소 담당 부서 직원을 500명 전원 해고한 지 몇 주 만에 다시 데려오기도 했다. 머스크가 회사를 운영하듯 정부 예산을 무자비하게 줄인다면 광범위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정부 예산인 6조 7500억 달러 중 5조 3000억 달러 이상이 복지 예산에 투입됐는데 사회 약자를 위한 복지 제도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 지출을 통한 미국 경제의 선순환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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